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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그렇게 열심히 뛰면 나중에 무엇이 남습니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2018년 03월호



삶은 대부분 일상의 연속이지만 이따금 격류를 타는 듯한 사건이 있다. 그런 사건은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에서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런 굵직굵직한 터닝포인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깨우치는 교훈은 삶은 정교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때로는 우연한 만남 같은 것이 삶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언제였어요?”란 질문을 받는다면 그것은 오랫동안 “이 길이 내 길이다”라고 확신했던 조직을 떠난 일일 것이다.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던 길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실패할 확률도 대단히 높은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30대는 강한 신념에 따라 움직였던 시기였다. 신념은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의심을 날려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뭔가 불확실한 것을 추진하는 데는 나름의 신념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30대 초반 무렵부터 시장경제를 연구하고 홍보하는 비영리기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끈질기게 노력했고 행운도 따랐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누구든지 새로운 일, 불확실한 일, 도전해볼 만한 일을 하는 중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능은 활동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자신의 능력이나 강점 등을 찾아내길 소망한다면 자꾸 도전해봐야 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누구든 크고 작은 아쉬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가능한 한 그 아쉬움은 작아야 한다. “그래, 내가 기대하던 결과를 모두 거둔 것은 아니지만 여한 없이 도전해봤다.” 이런 이야기가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와야 후회 없는 인생이 될 것이다.
‘이게 내 길이다’라는 확신도 이따금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내가 평생 걸어갈 것으로 의심치 않았던 길에 수정을 가하게 된 것은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빛도 있지만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그림자는 아무래도 성과에 대한 보상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열심히 뛰면 나중에 무엇이 남습니까?”라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전직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더 강해서였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운 자극이 오더라도 그동안 퍼부은 노력 때문에 웬만해선 있던 자리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자리를 박차고 완전히 새로운 길로 뛰어들어서 지금은 지식사업가로 변신하게 됐다. 긍정적인 면에선 용기이고 다소 부정적인 면에선 만용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일을 만들어낸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결정적인 시기가 한두 번 있다. 필자 또한 그런 기로에서 위험이 큰 길로 뛰어들었다.
조직을 떠난 지 1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자유가 주어지는 대신에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은 여전히 안일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신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 자기 사업을 시작하던 그날을 떠올릴 때면 “삶은 계속해서 도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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