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유지비는 대표적인 변동지출로 꼽힌다. 마음먹기에 따라 큰 폭으로 줄일 수도 있지만 가계부에 구멍을 내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작은 사치’를 즐기는 요령이 필요하다. 우리 부부의 월평균 품위유지비는 15~20만원이다. 의복비, 미용비, 세탁·수선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외투 한 벌만 사도 수십 만원은 우습게 나가는 요즘, 오히려 싱글 때보다 지출이 배 이상 줄었다. 무조건 쇼핑을 참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물건을 과감히 구입하되 평소엔 아주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먼저, 광고 차단하기. 나는 스마트폰에 시시때때로 날아드는 광고나 이벤트 알림을 접할 때 쇼핑욕구를 가장 참기 어렵다. 일하고 있다가도 스마트폰 화면에 갑자기 등장하는 예쁜 모델언니를 보면 무언가에 홀리듯 쇼핑몰에 들어가게 된다. 한 20분쯤 신나게 장바구니에 옷을 담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날 잡고 쇼핑몰에서 날아오는 모든 광고를 차단했다. 쇼핑몰 앱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배치했다. 그랬더니 쇼핑몰에 접속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생활비 지출도 덩달아 줄었다. 둘째, 아웃렛을 이용할 땐 상품권 활용하기. 우리 부부는 백화점 대신 아웃렛을 자주 이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는 아웃렛 위주로 쇼핑한다. 상품권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보다 10~15% 저렴하게 거래될 뿐 아니라 종종 소셜커머스에서 특가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아웃렛이 백화점보다 30% 이상 저렴한데 상품권으로 추가할인을 받으면 결과적으로 40~50% 이상 비용을 아끼는 셈이다. 인근에 아웃렛이 있는지,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는지 체크해보자. 셋째, 부부가 격월로 돌아가면서 쇼핑하기. 월 예산 15만원에 맞춰 한 달에 지출이 몰리지 않도록 격월로 한 사람씩 사는 것이다. 딱히 필요한 물건이 없다면 한 달 건너뛰고, 비교적 큰 지출이라면 2~3개월 무이자 할부로 지출한 뒤 매달 할부금을 지출로 잡아놓는다. 사야 할 물건이 여러 개라면 두세 달에 걸쳐 하나씩 구입한다. 당장 필요한 물건을 1순위로 사고, 2순위 이하 물건들은 한 달에 하나씩만 산다는 생각으로 추린다. 이 중 몇몇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잊히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가급적 회원권은 사지 않기. 정액제 회원권은 1회 서비스 비용보다 평균 단가가 저렴해 혹하기 쉽다. 예를 들어 젤 네일의 1회 비용은 2만원이지만 네일숍 회원권 10만원을 끊으면 추가로 1~2만원의 적립금을 더 받는 식이다. 오랜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회원권은 절대 저렴하지 않다. 처음엔 10만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주춤하지만 이후부터는 감각이 무뎌진다. 오히려 회원권이 더 저렴하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서비스를 추가하고, 한 달에 한 번 갔던 네일숍도 2~3주에 한 번 가게 된다. 네일케어를 받을 때마다 2만원씩 지불하는 것과 한 번에 10만원을 내고 나머지 5~6번을 공짜인 것처럼 다니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소셜커머스에서 구입하고 바로 쓰는 것이 지출 통제에 효과적이다. 스트레스 없이 품위유지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안 사고, 안 입고, 안 꾸미는 방법으론 한계가 있다. 이왕 하는 쇼핑이라면 즐겁게, 그리고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사소한 팁을 활용해보자. 품위는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