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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과거로 후퇴한 미국 vs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북유럽 국가들
김이경 작가 2018년 03월호



아누 파르타넨,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스스로 부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이 공장을 하나 지었다 칩시다.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공장의 제품을 시장으로 옮겨줄 도로는 우리 모두의 돈으로 지은 것입니다.”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의 말 - p.335 


핀란드의 저널리스트 아누 파르타넨은 미국 남자와 사랑에 빠져 뉴욕에서 신혼을 시작한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꿈은 곧 사라진다. 커피 주문이 핀란드에서 세금 신고하는 것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그는 휴대전화를 사고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케이블TV를 설치할 때마다 불합리한 약관과 예외조항, 갖은 명목의 수수료에 머리를 싸쥐고 전전긍긍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손해 본 건 아닐까? 과연 나같이 한심한 인간이 이 나라에서 잘살 수 있을까?
자괴감에 빠진 그는 주위의 미국인들이 자신보다 더 불안해하는 걸 알고 안도한다. 미국 여성의 90%가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며, 연소득 10만달러가 넘는 이들조차 거리에 나앉을까 봐 두려워한다는 조사 결과는 불안이 미국인이 되는 증거임을 일깨운다. 그즈음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라는 핀란드”라는 『뉴스위크』 기사 덕에 그는 자신감을 되찾는다. 하지만 긴 출산휴가와 탁아 서비스, 훌륭한 공교육이 핀란드의 성공 비결이라는 분석에 그는 고개를 갸웃한다. 음울한 핀란드인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미국인들이 불안에 떠는 것은 보육이나 교육 때문만은 아니라 보았기에, 그는 두 나라의 차이와 그 이유를 치밀하게 분석한 책을 쓴다. 미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힌 화제작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가 그것이다.
그는 핀란드를 비롯한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것은 ‘자유, 개인적 독립, 기회’라는 현대성을 구현한 때문이며, 이 가치를 선도했던 미국인들은 과거로 후퇴해 의존적인 인간이 됐다고 지적한다. 노르딕 국가가 보편복지를 통해 모두가 독립된 개인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된 반면, 미국은 복잡하고 선별적인 복지로 인해 실제로는 중산층 등 대다수 국민이 수혜자임에도 마치 게으른 가난뱅이만 혜택을 받는다는 편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불투명성과 편견은 “제도가 나를 부당하게 대하면 나도 공정할 필요가 없다”는 불신과 분노로 공동체의식을 훼손하고, 나아가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의 사랑을 의무와 채무 관계로 변질시킨다.
파르타넨은 강한 공동체가 개인의 독립과 평등한 사랑을 보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쟁보다 연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쟁을 피하기 위해 스포츠팀조차 만들지 않는 핀란드 학교, ‘너는 특별하지 않다’는 얀테의 법칙을 신봉하는 노르딕 사회에서 경쟁과 성공은 당연시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의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커피 주문보다 쉬운 세금 계산은 이런 사회를 만드는 재원인 세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세금이 모두를 위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전 같으면 국민적 지지를 받았을 남북단일팀이 오히려 공정성 시비를 일으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당연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미국처럼 불평등이 심화되는 한국에서 공정성이 오히려 공동체의 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 것이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공정성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경쟁과 연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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