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전망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온기가 넘친다. 반면 경기회복에 따른 온기가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소득 중심의 경제성장 등 현 정부의 국정목표를 달성하고 주요 국가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의 과거와 현재의 경제정책과 성과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2월 10%를 기록하며 장기침체의 터널에 진입했다. 1920년대 미국 대공황 이후 가장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무거운 마음으로 나선 국회 연설에서 ‘스타트업 아메리카(Startup America)’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세계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가 미국임에도 창업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하고 기름을 붓겠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기존 산업에서 매월 1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새로운 일자리가 18만개 이상 창출되지 않으면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오바마는 18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상상력을 혁신으로 바꾸는 기업인들이 넘쳐나는 미국을 꿈꿨다. 이를 위해 미국의 인재뿐만 아니라 해외 인재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오바마는 재임시절 전통산업에서 사라진 18만개의 일자리 대신 23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매년 1% 가까운 실업률을 개선했고 임기 8년이 끝나자 실업률은 4.6%로 감소했다.
다른 주요국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미국의 전략과 흡사하다. 세계 4대 금융허브이자 MICE(기업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산업으로 유명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최근 벤처 창업을 중점 육성 중이다. 금융 선진국답게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줄 벤처캐피털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매칭펀드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의 싱가포르 진출을 유도했다. 또한 무인 자율주행차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에 이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금융 관련 대부분의 규제를 없애 핀테크산업을 육성했다. 1970년대 세워진 낙후된 공단인 에이어 라자 지역을 2011년 스타트업 허브로 지정,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과 액셀러레이터 30여곳이 활동하도록 만들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10년 만에 개인소득 1위를 서울에 내준 울산이 벤치마킹해야 할 좋은 사례다.
미국의 스타트업 아메리카, 영국의 테크시티(Tech City UK), 프랑스의 프렌치테크(La French Tech),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등 주요국들이 추진 중인 스타트업 허브 구축 전략은 결국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인재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캐피털 등 혁신자원을 자국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추구한다. 한정된 혁신자원 탓에 세계는 혁신자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1·2·3차 산업혁명이 원료를 투입해 제품을 만드는 경제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간단한 상상력을 거대한 혁신으로 바꾸는 것이며 디지털 혁신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논리적 도구가 소프트웨어이며 물리적 도구가 3D프린팅이다. 오바마가 남긴 마법의 숫자 10, 8, 6, 4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힌트이기도 하다. 10%의 실업률을 8년 만에 6% 개선해 4%대에 진입시킨 ‘스타트업 아메리카’ 정책에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우리 경제의 나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그 출발선은 국경 없이 혁신자원을 끌어들여 상생하는 개방형 혁신, 즉 ‘오픈이노베이션’과 소프트파워의 강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