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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계, 세상과 소통하다초대받지 않은 손님, 난민에 관하여
조재근 경성대 수학응용통계학부 교수 2018년 08월호



2018년 여름, 뜻밖에도 난민 문제가 우리 사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예멘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수백명이 제주도로 들어와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몰랐을 뿐이지 예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난민신청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모두 430명에 이르는 예멘 사람들이 난민신청을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5월까지 고작 5달 만에 500명이 넘는 예멘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논란이 생긴 것이다.


韓, 1994년부터 난민신청 받아···신청자 수 4만여명, 인정 비율은 4.1%
돌이켜보면 1994년부터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난민을 만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2013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난민법」까지 만들었고, 그 법이 없던 20년 동안 5천여명밖에 되지 않았던 난민신청자 수가 법을 시행한 이후에는 3만4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난민신청을 하는 것과 난민으로 인정돼 우리나라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으며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난민신청을 한 4만여명 가운데 난민심사가 끝난 경우는 절반 정도이고 그들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4.1%였다. 난민인정 비율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몇십 년간 우리나라가 난민에 대해 썩 너그러운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예멘 난민 문제가 잠잠해지고 나면 우리는 다시 이전처럼 이 문제를 잊고 살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법무부 난민과의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 2021년이 되면 누적신청자 수가 12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제주도를 찾은 예멘 사람들은 무리 지어 찾아올 마지막 난민이 아니라 우리가 맞을 규모가 큰 난민의 시작이라 보는 편이 맞겠다. 정치, 종교, 소속 집단 때문에 생기는 박해나 국가 간 국제분쟁이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는 한 난민 문제는 우리가 회피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난민 문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기구로 난민 구호활동과 함께 난민통계도 만들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현재 전 세계 강제이주자(국경을 넘은 난민+국내 실향민+난민신청자) 수는 약 6,850만명인데 이들 중 국내 실향민이 4천만명이고 난민은 2,500여만명이다. 남한 인구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난민 가운데에는 내전 중인 시리아 출신이 600여만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출신이 그 다음이다.


정확한 난민통계 사실상 불가능···문제 심각성 알리기 위해 통계 과장하기도
한 나라의 인구를 헤아리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내전이나 국가 간의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지역에서, 더구나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난민들의 통계를 만드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세계 각국이 인구통계를 만들고 있지만 체계적인 인구 이동통계를 만들고 있는 나라는 4분의 1에 지나지 않으므로 아무리 유엔 산하기구라 하더라도 난민통계를 정확하게 만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국제기구에서는 때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통계를 살짝 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유엔난민기구는 2015년 세계 난민의 수가 2,130만명으로 “역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해 난민의 수가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1992년의 2,060만명보다 많으므로 거짓은 아니다. 그런데 그 20여년 동안의 세계 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1992년 당시의 세계 인구는 2015년의 인구보다 약 20억명이나 적었기 때문이다. 즉 난민의 단순 수치가 아니라 세계 인구에서의 난민 비율을 보면 1992년의 난민 비율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유엔난민기구의 주장과 달리 2015년은 난민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해가 아니었다.
사실 국제이주나 난민 문제는 상당히 첨예한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통계들을 무조건 믿고 받아들였다가는 그릇된 선전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겠다. 특히 미디어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부자나라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을 텐데,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 문제로 유럽이 고심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 시리아나 아프리카의 난민 대부분이 유럽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그런 뉴스가 많이 나올까? 천만의 말씀이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가까운 나라에 마련된 난민캠프에 머물고 있는데 그 나라들은 세계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개발도상국이다.
그런데 난민은 어느 나라에나 부담만 되는 존재일까? 오늘날 세계 각국은 공항이나 항만에서 출입국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을 식별하는 방법으로 신체 부위 중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유일한 특성인 홍채를 이용하는 방법도 많이 쓴다. 놀라운 사실은 상당히 이른 시기인 2002년에 홍채인식기술을 사실상 최초로 널리 이용한 곳이 바로 유엔난민기구였다는 점이다. 대상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었다. 생존 앞에서 인권을 돌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난민캠프가 유엔난민기구와 손잡은 홍채인식 전문 기업이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좋은 학습장이 됐던 것이다.
그 결과 난민들에게서 얻은 방대한 생체정보는 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값어치 있는 빅데이터가 됐다. 하지만 이런 기술과 데이터들은 그 이후에 다시 난민을 위해 쓰이진 않았다. 가난한 나라의 난민캠프에서 나온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들은 오늘날 부자나라의 항만과 공항에서 난민을 비롯해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장벽을 쌓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데이터 권력이 세계 곳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계속 물어야 한다. 불평등한 세계에서 빅데이터는 과학의 옷을 입은 냉혹한 차별과 배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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