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두 번째 큰 부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다. 7월 16일 기준 그의 재산은 939억달러다. 그를 멀찌감치 따돌린 세계 최고 부자는 디지털 정글의 제국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다. 24년 전 미국 시애틀의 한 차고에서 맨손으로 창업한 베조스의 현재 재산은 1,490억달러(약 168조원)로 한국인 500만명의 한 해 소득과 맞먹는 부를 거머쥔 그의 나이는 54세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판다는 아마존의 주식시가총액은 8,8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천조원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이 평가한 기업가치가 삼성전자의 3배가 넘는 것이다. 아마존의 주가는 주당순이익의 285배에 이른다. 이 회사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이익을 낸다면 시세차익을 고려하지 않는 장기 투자자들은 285년 후에나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마존이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기꺼이 높은 값에 주식을 산 것이다. 시장은 아마존의 성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회사 주식의 16%를 갖고 있는 베조스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거부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베조스는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그처럼 높은 신뢰를 얻었을까.
아마존은 디지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괴적 혁신을 거듭했다.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이제 미국 전자상거래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인이 됐다. 베조스는 무자비한 최저가 전략으로 경쟁자들을 쓰러트리는 질풍노도의 정복자였다. 무엇이든 더 싸게 팔수록 더 많은 고객을 모을 수 있고 그럴수록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의 선순환이 작동했다. 그의 영역 파괴는 끝이 없다.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인공지능 도우미를 보급하며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는 아마존은 경쟁자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과 투자자는 언제나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으려 하며 지칠 줄 모르고 영역 파괴에 나서는 베조스의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아마존이 창업 후 20년이 지날 때까지 보잘 것 없는 이익밖에 내지 못했는데도 이 회사의 성장성을 높이 사는 이들이 그토록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얼핏 보면 베조스 자신이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 한 아마존 제국의 영토 확장에 거칠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품었던 우주여행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는 그에게서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얼마 전 이 디지털 제국의 거침없는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베조스와 아마존을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틈 날 때마다 베조스를 공격하는 것이, 이 거부가 『워싱턴포스트』라는 비판적 언론의 소유주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쟁당국이 아마존의 질주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치적인 동기를 떠나 디지털 혁명 시대의 새로운 경쟁정책 논리로 아마존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논리는 이렇다. 아마존 같은 기업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을 추구할 유인을 갖는다. 약탈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한 다음 장기적으로 독점적 이윤을 가지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높이 사는 데도 이런 논리가 깔려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 혁명 시대의 핵심적인 인프라스트럭처를 통제하면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당국은 단순히 소비자 가격만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산업생태계와 시장구조가 얼마나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경쟁정책 변화는 아마존 제국의 미래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다. 언제까지 경쟁당국의 견제를 피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구촌 최고의 부자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정치권력과 맞서게 될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