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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탄고탄 맞춤법더위를 쫓는 데 실패하고 말았는데
박태하 출판편집자·작가 2018년 09월호



덥다. 정말 덥다. 이 여섯 글자에서 데자뷔를 느끼셨다면 여러분은 이 코너의 애독자! 그렇다. 지난 호에도 똑같은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었다. 이번 호 첫머리에도 이 문장이 절로 튀어나오는 걸 모두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첫인사는 “어쩜 이렇게 덥ㅁ요?”고, 끝인사는 “조심하세요. 이번 주 내내 덥다던ㅁ”다. 1994년 여름이 아무리 더웠ㅁ도 이번 여름에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그리고 네모 안에 들어갈 글자가 차례대로 ‘대’, ‘데’, ‘대’인 걸 맞히신 여러분은 이 코너의 진정한 애독자!
9월이라고 더위가 싹 물러갔을 것 같진 않다. 그나저나 ‘대’와 ‘데’를 자꾸 보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은 데워지는 것 같고 살갗은 데는 것 같아 더 더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그렇다면 어쩐지 듬성듬성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간만에 띄어쓰기 이야기를 해보자. 많이들 틀리는 ‘데’의 띄어쓰기다.
지난 호에 다룬 어미 ‘ㄴ데’의 경우는 그 본모양이 ‘ㄴ데’인 데서 알 수 있듯이 ‘데’를 띄어 쓰면 안 된다. 지난 호에서는 ‘가벼운 감탄’의 뜻만 설명했지만 사실 접속의 기능으로 훨씬 더 많이 쓰여서 “자고 일어났는데 또 졸리네”, “어려운 일인 잘해냈다”처럼 쓰인다. 사실 일부러 띄어 쓰려고 해도 그러기 쉽지 않긴 하다.
문제는 의존명사라서 띄어 써야 하는 ‘데’를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나마 ‘장소’를 의미하는 ‘데’는 눈에 들어오는 축이라서 잘 띄어들 쓴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가 어디지?”, “엎친 덮친 격이로구만”, “너 가는 가 어딘?”처럼 말이다. 지나치기 쉬운 것은 ‘일’이나 ‘것’, ‘경우’를 나타낼 때의 의존명사 ‘데’다. 다음 문장들을 보자.


- 밥을 먹는 한 시간이 걸렸다. (cf. 밥을 먹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 그곳에 정자가 있었던 서 유래한 지명이다.
- 죄질이 안 좋은 다가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 본모양이 ‘ㄴ데’인 서 알 수 있듯이 (데자뷔가 느껴지시는가?)

무심코 붙여 쓰기 십상인 이러한 ‘데’들을 꼭꼭 띄어 쓰자. 헷갈릴 때는 ‘데’ 뒤에 ‘에’를 붙여 보는 것도 한 방법. “다 먹는 데에”, “있었던 데에서”, “안 좋은 데에다가”, “인 데에서”처럼 자연스러울 때에는 띄어 쓴다고 기억해 두자. 슬쩍 귀띔하자면, 이것만 잘 띄어 써도 ‘띄어쓰기 신경 쓰는 사람’ 티를 은근하고도 고급지게 낼 수 있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죄질이 안 좋은 다가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는 “죄질이 안 좋은데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고칠 수도 있겠다. 이럴 때 띄어쓰기를 주의할 것! 그나저나 최근 사법부의 판결들을 보면 죄질이 안 좋은데 반성도 안 하는 건 판사들 같다. 일상 속에서도, 법정에서도 불공평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하는 한국 여성들의 삶을 생각하면 아프고 슬프다. 내 마음도 이런, 이런 서 살아가야 하는 당사자 여러분들은 어떨지. 아, 시원하자고 띄어쓰기 이야기했는 점점 더 가슴만 답답해진다. 살아가는 이래저래 참 많은 힘이 드는 세상이고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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