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이 길고 무더운 올여름을 지나는 동안 한숨이 떠나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염천에 한숨이 나고, 이 더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불안감에 또 한숨이 터져 나왔다. 폭염이 한국에서 111년의 기상관측사를 다시 쓰고 있을 때 북극권의 스웨덴은 이상고온과 산불로 불바다가 됐고, 물의 나라 네덜란드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렸다.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몇 해 전 읽은 「기후불황」이 떠올랐다. 기후변화 전문가 김지석이 쓴 책은 지구온난화를 추상적인 환경 문제로만 여기던 내게 충격을 줬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뜨거워진 지구가 영화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멸망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가뭄·폭우·폭설 같은 기상이변으로 가축이 떼죽음당하고, 어류가 폐사하고, 작황 부진으로 식량 부족이 만성화되고, 잦은 자연재해로 인적·물적 피해가 쌓이면서, 경제불황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전쟁과 같은 국내외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실 그것은 경고라기보다 증언이었다. 극심한 가뭄으로 60만마리의 소를 조기 도살한 미국 텍사스, 사막이 늘면서 아랍계 유목민과 아프리카계 농경민이 충돌해 30여만명이 사망한 수단 내전, 3년 연속 닥친 ‘100년 만의 홍수’에 홍수세를 신설하고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탄소세까지 도입한 호주, 물을 둘러싼 중국·인도·파키스탄의 갈등, 그리고 세계 주요 경작지의 가뭄이 아랍혁명과 시리아 내전에 불씨가 돼 대규모 난민사태로 이어진 것까지….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지구의 현재는 이미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책은 절망의 현실만 말하진 않는다. 오히려 희망을 일굴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한다. 김지석은 정부와 기업에 저탄소 성장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더불어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방안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중엔 비행기 여행을 자제하고 나무를 심으라는 잘 알려진 방법은 물론 스타크래프트2 게임보다는 1을 하라, 이 땅에서 살기 힘들어 이민을 생각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악화는 외국인 배척으로 이어지니 포기하라는 충고도 있었다. 4년 전엔 그 알뜰한 지침들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실천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의 탄소 배출은 더욱 늘어 서울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더 뜨거워진 땅에서 사람들은 폭염을 초래한 기후변화는 외면한 채 전기료 걱정 없이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고 적힌 단테의 지옥문이 떠오른다. 그 문 앞에서 하릴없이 책을 본다. 문득 “기후변화 대응활동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할 수 있다”는 문장이 눈에 든다. 우리가 이 문장을 실천한다면,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는 간절함으로 재앙을 피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아직 희망은 있으리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