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20대 청년들의 실업률은 2008년 7.0%에서 2017년 9.9%로 10년 동안 2.9%p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대졸 연령층에 해당하는 25~29세 집단의 상승 폭이 3.5%p로 두드러진다. 실제 25~29세 집단을 학력별로 나눠보면 모든 학력층에서 실업률이 상승했지만 특히 대졸 집단의 실업률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 특징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선 25~29세 대졸 집단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글에서는 학력 인플레와 노동시장 양극화라는 두 요인에 초점을 맞춰 25~29세 대졸 집단으로 대표되는 청년층의 실업 문제를 살펴본다.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년노동 먼저 전체 20대 연령집단의 실업률이 상승한 원인으로는 인구적 요인과 경기변동적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의하면 20~29세 인구는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유지하다가 2010년 이후 일시적으로 증가세로 반전됐는데,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1991~1996년생이 20대 집단에 속하게 되는 기간이 바로 2010~2020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 변화는 청년노동의 공급을 확대해 청년실업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 최근 청년층의 취업이 개선된 원인으로 은퇴연령층의 크기가 청년층보다 커졌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20~29세 인구가 55~65세 인구보다 더 많은 상태이며 2020년 이후부터 은퇴 인구가 청년 인구를 추월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29세를 비롯한 모든 연령층에서 꾸준히 상승했는데, 이는 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확대된 데 기인한다. 경제활동참가율의 상승은 인구 증가와 마찬가지로 노동 공급을 확대시킴으로써 실업률을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반면 청년노동에 대한 수요는 경제성장률의 하락과 더불어 둔화됐을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기업은 경기호황기에는 신규 채용을 늘리고 불황기에는 신규 채용을 줄이는 식으로 움직이는데, 신규 채용의 주된 대상은 청년층이다. 따라서 청년노동에 대한 수요는 전체 노동에 대한 수요에 비해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침체기에는 청년노동에 대한 수요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다. 이처럼 인구적 요인으로 청년노동의 공급이 확대되는 동시에 경기침체가 청년노동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면 청년실업률은 상승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학력 동질성 높고 일자리 양극화 심하면 고학력 실업 높아 청년들 중에서도 특히 25~29세 대졸자 집단의 실업률이 크게 증가한 것에 대해선 추가적 설명이 필요하다. 일자리 탐색이론(Job-searching Theory)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력 인플레와 노동시장 양극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양질의 일자리(대기업)와 여타 일자리(중소기업)로 나뉘어 있으며 대졸자는 우선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부터 탐색한다고 하자. 이 경우 학력 인플레로 대졸자의 비중이 높아지거나 일자리 양극화로 양질의 일자리와 여타 일자리 간의 임금격차가 커진다면, 더 많은 고학력 개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지원할 것이며 각 개인이 실제로 채용될 확률은 낮아지게 될 것이다.또한 전체 일자리에서 대기업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때에도 당연히 각 개인의 채용 확률은 낮아지게 된다. 실업·취업에 관한 또 다른 이론인 효율성 임금이론(Efficiency Wage Theory)에 의하더라도 학력 인플레 및 일자리 양극화와 청년실업률 간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생산성이 높은 개인을 채용하려고 하지만 각 개인의 내재적 생산성을 직접 관찰하지는 못한다고 하자. 이 경우 대기업은 학력과 같은 외적 유형에 의존해 고용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물론 이는 고학력 개인들의 내재적 생산성이 평균적으로는 저학력 개인들보다 더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만일 학력 인플레로 이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던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개인들까지 모두 대졸자 집단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대기업에 지원하는 대졸자들의 평균 생산성도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이 경우 대기업은 우수한 개인들이 보다 많이 지원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임금을 더 높게 제시하게 되고 그 대신 채용의 규모는 줄이게 된다. 이 논리에 의하면 대기업에 지원하는 대졸자가 너무 많아져서 학력이 가지는 신호(signal)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대기업의 일자리 수는 줄어들고 대졸자 실업이 확대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대학 진학률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전체 청년들 중 대부분이 대졸자로 양질의 일자리를 목표로 서로 경쟁하게 됨을 의미한다. 반면 일자리 측면에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는 2000년 이후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돼왔으며, 2015년 이후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선 매우 높은 편이다. 더욱이 제조업 부문 전체 취업자 중에서 대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학력 면에서) 동질성이 높은 동시에 일자리의 양극화가 심한 경우에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에 따라 고학력 실업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대학 등록률과 일자리 양극화의 지표들은 모두 청년실업률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대학 등록률과 일자리 양극화의 지표들 사이에도 양의 상관관계가 관찰된다. 이는 효율성 임금이론에서처럼 학력 인플레가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반대로 일자리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대학 졸업장이 더욱 필요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학력 인플레와 일자리 양극화가 서로 맞물려 있으며 이의 해결을 통해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 이 글은 홍기석, 「청년실업의 결정요인 연구」의 일부를 발췌·요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