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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미중 무역전쟁, 통상정책의 새 판이 필요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2018년 09월호



이번 여름에는 폭염이 기승이다. 폭염 못지않게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미중 무역전쟁이다. 지난 5월 27일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미중 통상분쟁은 중국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가하고 다시 미국이 추가적으로 대규모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격화됐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강 대 강으로 맞부딪히는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에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첨단기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패권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2018년 무역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에서 밝힌 바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통상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국가안보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대응하고 미국의 국가안보와 번영을 담보하는 통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술 우위를 확고히 유지하기 위해 기술탈취와 지식재산권 침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301조를 발동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는 미국의 수입제한조치가 주요 교역국의 중대 현안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의 통상정책은 ‘중국제조 2025’로 대변되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국제통상질서의 변화를 촉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가 더 이상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무역전쟁의 전개와 해결방식은 기존의 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라는 명분으로 시작돼 겉으로는 관세전쟁의 양상을 보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올 11월 중간선거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이용한다는 논리가 우세하던 불과 몇 개월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형국이다. 단순히 무역수지 개선과 같은 경제적 해결책만으로는 무역전쟁의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제조 2025’를 둘러싼 미중 간 해석에 괴리가 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발전은 승자독식의 원리가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와 도광양회(?光?晦)를 버리고 중국몽과 제조업 굴기를 내세우는 시진핑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으로 한국은 두 나라와 각각 FTA를 체결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주의 조치에서 우리가 경험한 바는 이들 FTA가 바람막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다수의 양자 FTA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만으로 더 이상 안정적인 경제통상관계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시스템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WTO 개혁과 다자통상체제의 복원을 통해 원칙과 규범에 기초한(rules-based) 국제통상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구보다 개방된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혼란이 길게 지속될수록 약소국이나 경제적 약자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법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시장의 순기능을 살리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포용성과의 절묘한 조화를 추구하는 통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국제통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타결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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