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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상파울루=브라질’이 아니다
이성훈 KOTRA 브라질 상파울루무역관 과장 2018년 10월호



지난 8월 31일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옥중 출마’를 시도했던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후 지지율이 가장 앞섰던 극우 성향의 대선 후보가 유세 도중 괴한이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리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10월 7일로 예정된 브라질 대선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헤알화 환율도 최근 4개월간 1달러당 3.3헤알에서 4헤알대로 약 27% 이상 급락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에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헤알화가 4헤알대를 웃돌며 급락하던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때와 사뭇 달라 보인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달러 대비 급락하는 헤알화로 많은 기업들이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우리 기업들도 사업 축소 또는 철수를 한 반면,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율 급락에 대한 준비가 돼 있으며 대선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에서 브라질로 진출하려는 수요도 지난해까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나 당장 올해와 내년에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무역관을 내방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자원 풍부하고 제조업 기반, 큰 내수시장 갖춰
수시로 브라질시장과 관련된 문의에 답하다 보면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경제의 몇 가지 특징들을 사전에 알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상파울루=브라질’이 아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5번째, 한국보다 85배 큰 영토를 갖고 있다.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비행기로 약 6시간 거리다. 이로 인해 브라질은 북부, 북동부, 중서부, 남동부, 남부 등 크게 5개의 광역경제권으로 구분된다. 이 중 상파울루가 있는 남동부와 남부에 브라질경제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다. 한국 기업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 있다. 이 외에 아마존 지역을 포함하는 북부는 주로 넓은 삼림으로 이뤄져 있으며 삼성전자, LG전자 공장 등이 위치한 브라질 유일의 자유무역지구(FTZ) 마나우스가 있다. 또한 브라질 최초의 수도 살바도르와 아름다운 관광지들로 유명한 북동부 지역은 오래전부터 비가 거의 안 와 미개발된 곳들이 많고, 판타날 습지와 넓은 농경지대로 유명한 중서부 지역에는 수도인 브라질리아가 위치해 있다.
종종 상파울루의 모습으로 브라질 전체를 짐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동부와 남부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임은 틀림없으나 전혀 다른 기후, 문화, 그리고 경제적 특성을 갖는 5개 광역경제권으로 구성된 브라질을 상파울루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2015년 브라질 전체 1인당 GDP는 8,757달러였지만, 상파울루주는 1만4,560달러, 파라나주는 1만1,256달러, 마토그로수주는 1만445달러다. 또한 상파울루는 다른 도시에 비해 물가가 일반적으로 20~50%가량 더 높은 편으로 생활환경이 매우 다르다. 이처럼 브라질은 지역별로 큰 경제적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브라질 거시 지표들을 참고할 때는 ‘평균의 오류’가 크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둘째, 브라질은 망할 가능성이 적다. 브라질의 부채비중은 GDP 대비 74%로 남미 평균인 45.3%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연금 적자 누적이 주요인으로 지적돼 연금개혁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재정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나라가 망할 가능성은 적다는 평이다. 브라질 부채의 대부분은 내채로 외채는 약 3.5%밖에 안 된다. 2018년 7월 기준 외채는 3,089억달러, 이 중에서도 단기외채는 510억달러(16%) 수준이다. 현재 브라질 외환보유액은 3,810억달러로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3% 수준인 것이다. 이는 한국의 단기외채 비율이 31.3%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브라질은 자원으로 성장해온 나라다. 과거부터 고무, 커피, 사탕수수와 대두 수출 등으로 경제가 성장해왔으며 오늘날에는 전 세계 바이오 에탄올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심해유전의 석유, 천연가스가 하루 평균 260만배럴가량 생산되고 있으며 2026년까지 하루 평균 520만배럴로 늘어나 세계 5위의 석유생산국이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브라질경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주기적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브라질은 남미에서 유일하게 제조업 기반이 갖춰져 있고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다. 세계 3위의 항공기 제조기업인 엠브라에르(Embraer)가 있으며,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지에서 세계 7위 수준인 연 20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브라질은 2016년에는 세계 6위, 2017년에는 세계 4위의 외국인 투자(FDI)를 기록했는데 대부분 내수시장 진출이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족한 교통인프라, 관료주의 등으로 브라질 코스트 발생해
셋째, 기회가 많이 보이는 만큼 어려움도 크다. 브라질에는 약 12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제조업으로 파악되며 대부분 자동차, 전자부품 관련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진출 분야가 조금씩 다양해지는 분위기다. 2021년까지 약 297억달러 규모의 성장이 전망되는 브라질 제약시장에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잇달아 진출하고 있으며, 2016년 3월 태양광 발전 관련 법안이 발표되고 태양광 산업 규모도 2030년까지 약 3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돼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이 밖에도 화장품, 미용도구, 전자 보안장비 등의 분야에서 관심을 갖는 한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서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소비재 품목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브라질은 완제품 또는 부품 수입 시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수입세 외에도 공업세, 주유통세, 사회보장세 등의 세금이 누적돼 현지에서 비싼 금액으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7달러 수준의 화장품이 브라질 화장품 매장에서 5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복잡하고 높은 세금 외에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무법, 부족한 교통인프라, 심한 관료주의 등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할 때보다 높은 비용(브라질 코스트)이 발생한다.
식약처 인증(ANVISA), 전자장비 인증(IMMETRO) 및 무선통신 인증(ANATEL) 등 주요 인증을 받기가 까다롭고, 현지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비관세 장벽도 강한 편이어서 브라질에 직접 진출해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2017년 말로 종료된 자동차 부품 인센티브 프로그램(INOVAR-AUTO)과 같이 현지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던 정책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위배판정을 받으며 조금씩 유연해지는 움직임은 있으나, 여전히 현지 직접 진출 또는 훌륭한 현지 파트너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러한 경제적 특징을 보이는 브라질은 2016년 9월 지우마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겪어오다 2017년부터 회복세로 전환됐다. 올해는 당초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회복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로 ‘화물연대 파업’과 ‘2018 대통령 선거’를 들 수 있다.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열흘간 브라질 전국에서 트럭운전사들이 파업하면서 유례없던 물류대란 사태가 일어났다. 그간 정부에서 브라질 최대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가솔린, 디젤 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반발한 화물연대의 연료가격 인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 파업이 며칠간 진행되자 슈퍼마켓에는 점차 재고가 떨어지고, 주유소와 공항에는 기름이 없어 국내선들이 전부 결항됐으며, 대부분의 제조공장들도 가동 중단 또는 최소 가동으로만 운영됐다. 결국 정부에서 화물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 파업은 일단락됐다. 브라질 재무장관은 파업의 여파로 GDP의 0.2%에 해당하는 약 50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당초 2%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던 브라질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1.6~1.8%대로 전망치를 낮췄다.


기존 경제정책 유지할 수 있을지 대선 결과에 관심 집중
‘화물연대 파업’이 올 상반기 가장 큰 이슈였다면 지금은 ‘2018 대통령 선거’가 이슈다. 브라질은 1차 대선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2명 후보의 2차 대선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현재 5명 정도의 대선 후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24%의 지지율로 1위인 사회자유당(PSL) 보우소나루 후보는 극우 성향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11~13% 사이의 지지율로 지속가능네트워크(Rede), 민주노동당(PDT),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후보들이 잇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와 함께 지지를 호소한 노동자당(PT) 페르난도 아다지 후보는 9%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2차 대선 투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약 28%에 달하는 부동층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가 이번 대선정국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차 대선 투표는 10월 28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한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듯 헤알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시장에서는 대선 결과에 따라서 최근 2년간 지속돼오던 친시장, 대외경제 개방 기조의 경제정책이 다시 퇴보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론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신정부는 ‘경제 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어 연금개혁, 무역협정 확대와 같은 기존 경제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었던 만큼 그동안 한국과 브라질의 수출입 규모는 20위권 밖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11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는 한국과 메르코수르 4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의 무역협정(TA) 협상이 본격 시작됐고 한국 기업들도 조금씩 다양한 분야에서 브라질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양국 관계는 조금씩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업들이 브라질의 경제적 특징과 최근 동향을 미리 이해함으로써 이 기회의 땅에서 조금이나마 어려움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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