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머리가 커지고 힘이 세질수록 아침이 힘들어진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알람시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일찍 일어나 아빠 엄마를 깨우던 아이들이 요샌 좀체 일어나지 못한다. 함부로 커튼을 열거나 불을 켜면 버럭 신경질을 낸다. 불쑥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발길질에 얻어맞기 십상이다. 정말 아프다. 이해한다. 나도 늘 더 자고 싶다. 그래서 열심히 비위를 맞춰준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고, 시원한 우유를 대령하고, 살살 머리를 쓰다듬고 팔다리를 마사지해준다. 그래도 잘 안 일어난다. 이건 마치 폭탄해체 작업 같다. 아무리 조심해도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발견해 트집을 잡고 생떼를 쓰며 폭발하기 일쑤다. 폭탄은 유독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날 잘 터진다. 회사에 또 지각할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가끔 참지 못하고 나도 폭발하지만 출근만 더 늦어질 뿐이다. 힘으로 두 녀석을 제압해 옷을 입히고 차에 태우는 건 이미 오래전에 불가능해졌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간신히 출근하고 나면 아침부터 기운이 쭉 빠진다. 그리고 두 돌도 되기 전부터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이집에서 지내기 시작한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회사 가기 싫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몇 년 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매일 아침 학교든 회사든 나가야만 하는 인생이 수십 년 이어질 텐데 벌써부터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주말에 정말 잘 놀아주겠다 마음을 먹었다. 이제 동네 놀이터나 목욕탕 정도로는 성에 안 차는 나이가 되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에 다녀왔다. 그 전 주말에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다녀왔다. 신이 나서 이쪽저쪽 뛰어다니고 저희들끼리 깔깔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아내와 함께 흐뭇해했다. 동화에 등장할 법한 행복한 가족의 전형이 된 느낌이랄까. 그러나 늘 그렇듯 현실은 동화가 아니다. 아이들은 집이나 어린이집 밖에서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낮잠 잘 시간이 지나 피곤해하길래 유모차에 앉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른 집에 가 놀다가 조용한 방에 눕혀봐도 이내 벌떡 방문을 열고 나간다. 버티고 버티다 극도로 피곤해져 실컷 짜증을 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야 잠이 든다. 차에서 충분히 편히 자지 못하니 집에 도착해 저녁 먹고 씻고 다시 잠들 때까지 내내 불쾌하다. 온종일 밖에서 기운 빼고 저녁 내내 아이들 짜증에 시달리고 나면 대체 누구를 위한 외출인가 싶다. 주중에 원하는 시간에 자지 못하게 하니 주말엔 부모가 원하는 시간에 자지 않는 걸로 복수하겠단 건가. 주중엔 아침마다 등원 전쟁을 치르고 나는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느라 매일 세 시간 이상 길에서 보낸다. 아내는 하원 전쟁도 치른다. 아니, 아침에 그렇게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던 아이들이 저녁에는 왜 그토록 어린이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주 5일을 이렇게 보내고, 주말에 아이들이랑 외출하고, 다시 월요일을 맞으면 체력이 바닥을 친다. 이런 생활이 지속 가능할까. 문득 단 하루만이라도 좋은 친구들이랑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쯤 일어나 해장국 한 그릇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