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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
남기곤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 10월호



중소기업은 여전히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적극적으로 구인에 나섰음에도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 비율이 중소기업에서는 1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중소기업의 일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 업종이어서 청년들이 기피한다고 한다. 나약하고 참을성이 부족한 요즘 젊은이들의 심성을 나무라는 목소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위험하기로 따지면 경찰관이나 소방관만큼 위험한 직업이 있을까? 올해 경찰관 시험은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22.2 대 1이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방관 경쟁률도 10 대 1을 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럽고 어려운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는 환경미화원일 텐데, 올해 구미시의 환경미화원 선발 경쟁률은 17.2 대 1이었다. 응시자의 절반 이상은 20~30대였다.


신규 근로자 임금만 올린다?
원래부터 청년들이 기피하는 기업과 직종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임금 수준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면 얼마든지 신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 취업을 망설이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옆 직장에 다니고 있는 근로자를 스카우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중소기업은 임금을 올려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근로자들에게 170만원의 월급을 주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이 월급 수준에서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한다. 기업이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임금 수준보다는 더 높은, 예를 들어 300만원 정도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70만원의 현재 월급 수준으로는 회사에 취업하려는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월급을 200만원 정도로 더 높여서 채용 공고를 내면 어떨까? 아마도 훨씬 수월하게 신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규 근로자에게 2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더라도 추가 수익은 300만원이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월급을 올려 빨리 새 근로자를 충원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주의 깊은 독자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신규 근로자의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릴 경우, 동일한 일을 담당하는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도 같이 올려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10명의 근로자가 17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면, 새로운 근로자를 200만원의 월급을 주기로 하고 채용할 때 추가적인 비용은 신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월급 200만원만이 아니다. 여기에 기존 근로자들의 월급 인상분 300만원(30만원x10명)을 더해 총 500만원이 추가 비용이 된다. 그러니 신규 근로자 채용으로 300만원의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이 기업은 신규 근로자 채용을 위해 월급을 인상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200만원으로 책정됐다고 하자. 그러면 기존 근로자 10명은 신규 근로자 채용과 관계없이 200만원의 임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신규 근로자를 200만원에 채용했을 때 추가적인 비용은 이 근로자의 월급 200만원뿐이다. 신규 근로자를 채용했을 때 추가적인 이익이 여전히 300만원이라면,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후에는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유리해진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수요독점 상황이라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증가 가져올 수 있어
1995년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발간한 카드(David Card)와 크루거(Alan B. Krueger)의 저서 「신화와 측정: 최저임금에 대한 새로운 경제학(Myth and Measurement: The New Economics of the Minimum Wage)」은 최저임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1994년 『미국 경제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에 투고한 논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자연실험 결과를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작성한 2015년 6월호 경제학 소믈리에 글 참조).
이 책에서 저자들은 최저임금이 고용이나 임금 불평등에 미친 효과는 물론 기업 가치에 미친 영향까지 다양한 실증분석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결론은 경제학 교과서의 설명과는 달리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가 현실에서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들이 제시하는 하나의 이론적 가능성이 바로 수요독점 모델이다.
노동시장에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하나밖에 없는 수요독점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임금 수준을 책정할 것이다. 예를 들어 5만명을 고용하기 위해 이만큼의 근로자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인 170만원으로 월급을 책정하는 식이다. 만약 이 수요독점 기업이 이보다 더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려 한다면 월급을 올려서 새로운 근로자들을 추가로 노동시장으로 유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신규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들의 월급도 같이 올려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신규 근로자 채용으로 얻게 되는 추가 수익이 월급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월급을 올려주며 신규 근로자 채용을 늘리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저임금으로 임금 인상을 강제하면, 어차피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근로자를 신규 채용할 때 추가 비용은 이 신규 근로자의 임금뿐이다. 기업이 추가적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소위 ‘한계비용’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낮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수요독점 기업은 근로자를 추가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필자가 설명했던 내용과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 최저임금 효과를 수요독점 모델로 설명한다는 것은 해당하는 기업이 근로자 수가 매우 많아 노동시장에서 실제 수요독점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으로 근로자를 채용하는 곳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일 텐데, 수많은 업체들이 존재하는 이러한 시장을 수요독점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핵심적인 논점은 이들 기업이 현재의 임금 수준에서 얼마든지 근로자를 신규로 채용할 수 있는 경제학 교과서에서 상정하는 완전경쟁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아니면 임금 인상 없이는 추가적으로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는 것이 어려운 수요독점 기업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하는 점이다. 만약 후자라고 한다면 수요독점 모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증가 가능성이 일반 기업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카드와 크루거의 주장이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지, 노동시장의 상황과 경제 여건은 어떤지에 따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했듯이 한국의 경우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은 한국 노동시장에도 수요독점 모델이 적용될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몇몇 단편적인 통계 수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는 연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Card, David. and Alan B. Krueger, Myth and measurement: The New Economics of the Minimum Wage,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5
· 남기곤, 「최저임금을 올려도 고용이 늘어난 미국, 그렇다면 한국은?」, 『나라경제』, 2015 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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