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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남웅의 신나는 시네할로윈만 되면 찾아오는 그때 그 살인마
허남웅 영화평론가 2018년 11월호



‘할로윈(Halloween)’이다. 매년 10월 31일, 아이들이 호박 속을 파내 바구니로 만들어 들고 괴상망측한 복장을 한 채 이웃집 대문을 쾅쾅 두드려 “사탕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귀엽게 떼쓰는 축제 말이다. 참, 요즘은 아이들보다 어른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할로윈데이를 핑계(?) 삼아 캐릭터 복장을 한 성인남녀들이 부어라 마셔라 흥청망청하는 광경이 뉴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 중에는 정체불명의 가면을 쓰고 손에 식칼을 든 채 ‘사탕 말고 죽음 줄게’ 하며 잔혹하게 인간 사냥을 하는 이가 있다. 마이클 마이어스다.


돌아온 공포의 전설 
마이클 마이어스, 그는 누구인가. 좋게 말하면 ‘살아 있는 공포’, 속된 말로 하면 ‘미친놈’이다. 왜? 그 전력을 밝히자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그는 여섯 살에 자신의 친누나를 살해한 죄로 정신병원에 갇혔다. 그게 1963년의 할로윈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5년 뒤인 1978년의 할로윈에 마이클 마이어스는 정신병원을 탈출, 고향으로 돌아와 축제로 들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했다. 그때 간신히 살아남은 10대 소녀가 있다. 로리 스트로드다.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마이클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지 못한 로리는 딸 캐런(주디 그리어)을 과잉보호하며 키웠다. 캐런은 그런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할로윈만 되면 날카로워지는 로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캐런의 딸이자 로리의 10대 손녀인 앨리슨(앤디 마티첵)은 엄마와는 입장이 또 다르다. 마이클과 악연으로 얽힌 할머니의 사연이 안타까워 엄마가 좀 더 잘해줬으면 싶은데 그렇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이다.
악! 저기 마이클 마이어스가!! 55년 전에도, 40년 전에도 정신병원에 갇혔던 마이클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다시 한 번 마이클이 정신병원을 탈출, 로리 가족이 있는 마을로 찾아와 로리를 죽이겠다고 그 무시무시한 가면과 그보다 더 무시무시무시한 식칼을 들고 주변 사람들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 이날도 할로윈이다. 내 생각엔 할로윈을 국가 차원에서 아예 없애버리면 이런 비극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텐데, 악! 분위기 파악 못해 죄송합니다. 하여튼 로리는 물론 마을의 경찰들이 마이클 마이어스를 막으려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마이클과 로리의 40~50년을 넘나드는 사연을 소개하자니 줄거리 분량이 무려 세 문단에 달했다. 그럴 정도로 〈할로윈〉은 역사가 있는 시리즈다. 원조 〈할로윈〉이 1978년 개봉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그에 편승해 이후 8편의 후속편이 더 나왔고 리메이크도 두 번이나 있었다. 합이 10편에 이를 정도로 하도 살점을 뜯겨 먹어 이제 원조의 뼈대만 남은 상태인데 이 뼈대야말로 원조 〈할로윈〉이 주목받은 요소다.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은 바로 ‘슬래셔(Slasher)’다.


난도질 영화의 새로운 귀환

슬래셔란 무엇인가. 칼로 난자한다는 의미의 ‘슬래시(slash)’에서 유래한 이 장르를 일러 ‘난도질 영화’라고 한다. 피가 튀고 살점이 난무하고 때때로 난도 당한 머리통이 데구루루 굴러다니는 슬래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 바로 〈할로윈〉이다. 〈할로윈〉이 세운 슬래셔 장르의 특징이 있다. 파티를 즐기는 일군의 10대들이 등장해 성적으로 문란한 광경을 연출하고 이의 처벌 격으로 살인마가 등장해 마구잡이식의 난도질을 선사한다. 주인공이 살인마에 맞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니, 이제 평화가 찾아오는가 싶지만 땅속에 묻힌 살인마의 팔이 별안간 튀어나오는 것처럼 속편을 예고한다.
〈할로윈〉의 속편들이 원조만큼의 인기와 평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언급한 패턴을 반복하는 까닭이다. 그럼 2018년 버전의 〈할로윈〉은 어떤가. 1편의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40년 후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전의 속편들과 다른 게 뭔가? 이 대목에서 2018년 버전의 〈할로윈〉을 제작한 블룸하우스의 대표 제이슨 블룸의 얘기를 들어보자. 참고로 제이슨 블룸은 〈겟 아웃〉과 〈23 아이덴티티〉와 〈해피 데스데이〉(이상 2017) 등의 영화로 할리우드에 새로운 공포영화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블룸하우스는 늘 사회적·정치적인 요소를 영화에 담으려 노력한다.”
한국 사회도 그렇고 미국 또한 지금 가장 첨예한 사회·정치적 논쟁을 꼽으라면 단연 페미니즘이다. 이와 관련해 제이슨 블룸은 이렇게 말한다. “〈할로윈〉은 크게 ‘여성’과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세대에 걸친 여성 캐릭터들이 기지를 발휘해 살아 있는 공포에 맞서는 과정은 여성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40년에 걸쳐 이어진 트라우마를 어떻게 마주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보통 슬래셔 영화에서 여성은 이유 없이 살해 당하거나 성적 눈요깃감이거나 남자의 도움이 없으면 위험을 극복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인물이 아닌 대상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보통 이 장르의 특징적인 장면을 꼽자면, 살인마가 여성 주인공 뒤에서 몰래 다가와 공격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할로윈〉에는 이 구도가 역전돼 있다. 이제는 할머니가 된 로리가 마이클 마이어스 뒤에서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한순간을 위해 로리는 40년을 기다리고 준비를 해왔다. 게다가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좌청룡으로 딸이 있고, 우백호로 손녀가 있다. 이제 마이클 마이어스는 로리와 캐런과 앨리슨에게 잘근잘근 부숴먹는 할로윈데이의 사탕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이들 여성 삼대 앞에서 마이클 마이어스는 어쩌면 마지막 할로윈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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