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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우리나라 법령에 규정된 형벌의 범위와 수준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 11월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수행해야 하는 가장 주요한 임무이며, 형벌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 중 하나다. 국가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재산을 빼앗음으로써 타인의 생명이나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발생을 억지한다. 하지만 형벌의 집행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형벌을 받는 사람 역시 국민,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며, 국가가 혹시라도 저지를 수 있는 오류가 야기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과도한 또는 잘못된 형벌이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한 정당성(legitimacy) 위기가 발생하는 위험도 방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법체제는 이러한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단순히 추상적인 원칙에 대한 숙고를 넘어 실제로 우리나라 법들이 죄의 범위를 적절하게 설정했는지, 처벌 수준은 적절하게 규정됐는지, 그리고 이것이 법률 간 혹은 형벌 간에도 균형이 맞는지 등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는 우리나라 법을 분석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 목록을 이용해 「형법」과 「형사특별법」을 제외한 우리나라 법 전체의 10~15% 정도를 포괄하는 법률표본을 만들고 이를 분석했다. 


발효 법률 중 65%가량이 형벌 조항을 갖고 있는 韓, 과잉범죄화 우려 낳을 수 있어
우리나라 국회는 1948년 8월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처음으로 제정한 이래 지속적으로 법률을 제정, 개정하거나 폐지했다. 그 과정에서 법률이 계속 증가했고, 2017년 기준 발효 중인 법률은 1,450개다. 법률표본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65%가량이 형벌 조항을 갖고 있었다. 1960년대 이 비율은 약 50% 수준이었는데, 이후 이 값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0년대 초 65%에 도달한 뒤 지난 30여년간 큰 변화 없이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5%라는 수준의 의미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형법」이 아닌 일반적인 법률들의 3분의 2에 형벌 조항이 있고 이것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었다는 것은 과잉범죄화 혹은 국가가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우리나라 법의 형벌 조항은 대개 “ㅇ년 이하의 징역 또는 ㅇ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형식으로 돼 있다. 이러한 형벌 조항들 가운데 어떤 법에 규정된 가장 높은 형벌 조항을 기준으로 평균 양형 수준을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법률에 규정된 형벌의 평균은 자유형 3년 또는 벌금형 3천만원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양형 수준은 1970년 평균 1.5년에서 2017년에는 3.0년까지 약 두 배 증가했는데, 양형 수준의 증가 추세는 단선적이지 않았다.


〈그림 1〉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0년까지는 형벌지수가 연평균 2.42%씩 빠르게 증가해 1.5에서 3.0에 도달한 반면, 3.0 수준에 도달한 2000년경부터 현재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의 형벌 수준은 장기적인 변화의 산물이지만, 특히 1990년대의 법률 제정 및 개정에 큰 영향을 받았다. 1990년대에 있었던 일련의 대형 사건들로 인해 교통 건설 및 산업 분야의 형량이 크게 높아졌으며, 그 결과 이 분야의 형벌 수준은 2017년 현재 다른 분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형벌 수준을 높이는 것은 범죄 발생을 억지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긴 하지만 과도한 형벌 조항은 오히려 법의 실효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이 법률들의 처벌 대상은 자연인이 아닌 기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는 보다 적절한 처벌과 보상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자유형에 대응하는 벌금형 액수 법률마다 차이 커…지속적인 검토와 조정 작업 필요
형벌의 수준과 아울러 살펴봐야 할 점은 자유형과 벌금형 간 비율 문제다. 우리나라 법령의 형벌 조항들에 대해선 자유형에 대응하는 벌금형의 액수가 지나치게 낮거나 법률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러한 불균등성은 자유형과 벌금형의 선택을 통해 처벌 수준을 자의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법 적용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림 2〉는 자유형 1년당 명목 벌금액 수준별로 얼마나 많은 법이 분포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제시한 것이다. 2017년의 경우 형벌 조항이 있는 법률 가운데 50%가 자유형 1년당 1천만원의 벌금액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00만원 이상 1천만원 미만인 조항을 가진 법률의 비율이 20%이며, 그 이상의 벌금액을 규정한 경우도 10%를 넘는다. 이처럼 자유형 1년당 명목 벌금액이 법률마다 크게 다른 셈이다. 물론 자유형 1년당 벌금액의 법률 간 편차는 최근 들어 크게 개선됐다. 1980년대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 법령 중 50~70%는 자유형 1년당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해 〈그림 2〉에 제시한 것처럼 자유형 대비 벌금액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게 되자, 정부는 자유형 1년당 1천만원으로 벌금액 수준을 조정하는 법률 개정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2017년까지 형벌 조항이 있는 법률 가운데 50%가 자유형 1년당 1천만원의 벌금액을 규정하도록 개정이 이뤄졌으며, 100만원 이상 1천만원 미만인 조항을 가진 법률의 비율은 50%에서 20%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자유형 1년당 1천만원의 벌금액이 과연 타당한 수준인가 하는 점,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률 간 편차는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선 지속적인 검토와 조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법제도와 운영에 대한 논의는 많은 경우 법리적 혹은 이론적 논의에 집중되고, 실제로 그러한 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실태파악과 실증분석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맥락에서 입법자들이 규정하는 형량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본 연구와 같은 작업은 향후 확대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실제로 검찰이 구형하고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이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형벌 규정들과 실제 처벌 수준이 범죄 억지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하는 문제 역시 중요한 분석 대상이며, 이와 관련해서도 향후 추가적 분석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김두얼· 김원종, 「죄형법정주의: 우리나라 법에 규정된 범죄의 범위, 양형 수준 및 형벌 간 균등성에 대한 실증분석」, 『저스티스』,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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