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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불평등한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경제학자 2019년 01월호



불평등 심화는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뾰족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 결국 현실적으로 교육과 정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 화두는 불평등이다. 4년 전 나온 토마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이 세계를 강타하더니 2018년 다시 피케티와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쓴 「세계 불평등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피케티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21세기에는 자본이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는 자본소득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노동소득의 상대적 감소를 뜻하며, 불평등의 상승을 의미한다. 21세기는 실력주의를 특징으로 하던 20세기와는 달리 금권주의 시대가 될 것이다. 즉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우울한 전망을 극복할 만한 대안으로 피케티는 세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첫째, 사회국가(이는 복지국가와 유사한 개념이다)의 강화, 둘째, 소득세의 대폭 증세로 최고 한계세율을 80%로 높일 것, 셋째, 세계자본세 도입이다. 몇 년 전 프랑스 부자가 세금 압박을 피하기 위해 벨기에로 국적을 바꾼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자극받아 피케티는 국적을 바꿔도 피할 수 없는 세계 공통의 자본세를 제안했다.
얼마 전인 10월 말,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한 피케티는 유난히 정치와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년 동안 열심히 자기 주장을 폈지만 현실적으로 세 가지 대책 어느 것도 진척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실제로 몇 년 전 프랑스의 올랑드 정권은 피케티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는데, 피케티가 거부했다는 사실이 토픽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피케티가 수상을 거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추측하길 그가 선거에서 도왔던 사회당이 정권을 잡은 뒤 올랑드 대통령이 프랑스의 부유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배신감 때문에 상을 거부한 것이 아닐까 했다. 실제로 피케티가 책을 통해 주장했던 세계자본세의 신설은 현실에서 조금도 진척이 없고, 오히려 프랑스에서 시행하던 부유세마저, 그것도 자기가 밀어주었던 사회당이 폐지하는 현실을 보고 화가 나서 상을 거부한 게 아닌가 하고 사람들은 짐작할 뿐이다.
4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 피케티는 더 이상 사회국가, 누진소득세, 세계자본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정치와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를 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정치에서는 약자, 노동자들이 진보정당을 지지했는데, 최근에 와서는 이들의 진보정당 지지가 현저히 약화되고, 대신 높은 교육 수준의 유권자들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브라만 좌파’라는 표현은 한국의 소위 ‘강남 좌파’를 연상시킨다. 한국에서도 강남이 보수정당의 아성이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그것과 상충하는 ‘이변’이 더러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가난한 서민들이 왜 정책적 정체성이 맞지 않는 공화당을 지지하느냐 하는 문제를 분석하는 연구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불평등 심화는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뾰족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 결국 현실적으로 교육과 정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주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싸고 각 정당이 이해득실 계산에 바쁘다. 얻은 표에 비해 과다한 의석을 가진 양대 거대정당은 당연히 개혁에 소극적이고, 그 반대인 군소정당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다. 민의가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갖는 것은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비례대표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5대 정당이 잘 지키는지 유권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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