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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보다 아빠퀀텀점프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2019년 02월호



육아칼럼 연재를 시작할 때 생후 18개월이던 쌍둥이들이 올해 다섯 살이 됐다. 그동안에도 아이들은 ‘무럭무럭’이라는 단어의 뜻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줬지만, 다섯 살이 되면서는 정말 놀랄 만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도약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나잇값’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된 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연말부터 나와 아내는 아이들에게 이제 곧 다섯 살이 된다는 사실을 시시때때로 주지시켰고, 다섯 살이면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쌍둥이들로부터 다섯 살이 되면 엄마 아빠랑 따로 잠들어야 한다는 약속을 매일 밤마다 받아냈다. 이전까지는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주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아이들이 완전히 잠든 뒤에나 아이들 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연히 아이들 재우다 함께 잠들기 일쑤였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새해 첫날밤부터 순순히 다섯 살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자장가를 불러주고 잘 자라고 인사하고 방을 나와도 저희들끼리 잠들었다. 방문을 조금만 열어두라는 요구가 전부였다. 덕분에 아내와 나는 그간 잊고 지내온 밤 시간을 얻었다. 그래 봤자 밀린 회사 일하는 게 전부지만 말이다. (맞벌이 쌍둥이 부모의 회사 일은 항상 밀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둘째는 연초부터 아팠다. 열이 40도 가까이 올랐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지만 인후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긴장했다. 쓴맛 때문에 무척 싫어하는 약이다. 두어 달 전에 아팠을 때만 해도 항생제 먹이는 게 정말 고역이었다. 발버둥 치며 우는 아이 팔다리를 모두 붙들고 코를 막고 억지로 먹여야 했다. 힘이 드는 것도 그렇지만 마음이 참 안 좋았다. 다섯 살이 된 둘째는 달라졌다. “아오, 정말 맛없어.” 불평하면서도 제 손으로 약을 끝까지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아이한테 처음으로 멋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다섯 살이 됐다고 떼쓰기가 줄지는 않았다. 여전히 쌍둥이들은 비합리적인 사유로 기분이 나빠져 울며 소리치곤 한다. 얼마 전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간신히 집 안까지 들어왔지만 현관에 주저앉아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달래다 지쳐버린 아내는 그만 포기하고 둘째와 함께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 잠시 고민하던 둘째가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곧이어 첫째가 울음을 그쳤다. 둘이서 몇 마디 나누더니 함께 안방으로 들어왔고, 첫째는 얌전히 엄마 품에 안겼다. 쌍둥이들이 서로를 달래주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도무지 내 동생을 달래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쌍둥이들은 아직 밤에 잘 때 기저귀를 찬다. 첫째는 종종 기저귀를 적신다. 둘째는 벌써 몇 달째 기저귀를 적시는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기저귀를 차고 싶어 한다. 오늘 아침 진지하게 다섯 살과 기저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득하며, 기저귀를 떼면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 설명해줬다. 쌍둥이들은 그럼 기저귀값 아낀 돈으로 저번에 마트에서 본 커피머신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다. 앞으로 열흘 동안 팬티를 입고 자면 그러마 했더니, 열흘은 너무 길고 다섯 밤으로 하자고 한다. 정말 많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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