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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즐거운 불편을 부르는 에고에고, 에코라이프꿀랩과 고체치약 싸들고 비닐봉투 사용 벌금이 4천만원인 케냐로 왔다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2019년 02월호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비닐봉투 금지법을 시행 중인 케냐로 날아왔다. 얼마나 강력하길래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얼룩말이 길가에 기웃거리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카렌 블릭센이 살았던 이곳까지 오게 했냐면, 글쎄 비닐봉투를 쓰기만 해도 벌금 4천만원에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단다. 다른 나라 면세점에서 딸려온 비닐봉투는? 나이로비 공항에 고이 반납하고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 케냐 여행사는 “비닐봉투에 짐을 싸지 말라”고 빨간 글씨로 공지를 올리고, 케냐 여행 단톡방에는 밤늦게 도착하는 비행기의 경우 ‘비닐봉투 짐 검사’가 느슨하다는 팁이 올라온다. 실제로 케냐에서 지내는 동안 한 개의 비닐봉투도 보지 못했다. 국내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지만, 여전히 소규모 가게나 전통시장은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는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명색이 ‘플라스틱 프리’ 정책을 보러 온 마당에 쓰레기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짐을 싸면서부터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꿈꿨다. 김을 사랑하는 ‘김순이’인 내가 비닐봉투 없이 어디다 김을 싸지? 유리병에 샴푸를 덜어갔다 깨지면? 겨드랑이 털을 밀 때 1회용 면도기 말고 뭐가 있더라? 치실은 썩지 않는 합성섬유라고!
그래서 가능한 기준을 정했다. 법적으로 1회용품에 해당하는 품목 및 1회용품에서 빠져 있지만 플라스틱 빨대, 종이컵 등 명백히 1회용품인 품목은 쓰지 않는다. 단, 재사용 리필용기와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 1회용품이라도 3개월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비닐에 담긴 한국음식은 과감히 포기, 눈썹 정리용 칼로 겨드랑이 털 제모, 샴푸는 플라스틱 통이 필요 없는 샴푸바로 해결, 치실은 그냥 쓰기로 합의. 이렇게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준비한 대안용품은 오른쪽 박스 내용과 같다. 
20일간의 ‘플라스틱 프리’ 여행이 슬슬 끝나가는 지금 가장 많이 나온 플라스틱은 바로 생수병. ‘라이프스트로’를 사용하다 현지 화장실 사정이 열악할 때는 비위가 상해 생수를 사먹었다. 가장 많은 1회용 플라스틱이 나온 곳은? 바로 비행기. 기내식 한 끼당 플라스틱 포크, 칼, 그릇, 컵, 포장재 등 약 15개의 플라스틱이 나왔다. 단식 투쟁하듯 기내식을 거부하고 있는데 포르투갈 항공사 ‘하이 플라이’에서 세계 최초로 2019년부터 기내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서는 대안용품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가 그 실천을 가능케 하는 정책과 문화를 갖춰야 한다. 케냐에서 한순간에 비닐봉투가 사라진 이유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번 여행은 생수병 5개와 치실, 코팅된 수화물 태그 4장의 플라스틱으로 끝.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준비한 대안용품

라이프스트로  어떤 물이라도 99% 정수하는 적정기술 필터가 빨대 끝에 달려 있어 쭉 빨아들이면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

샴푸바  보통 비누는 알칼리성이지만, 고체비누(샴푸바)는 약산성이라서 샴푸로 감은 듯 머리카락이 찰랑찰랑하다. 나는 직접 샴푸바를 만들었는데, 인터넷에서 ‘신데트바’ 레시피를 찾으면 ‘똥손’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클렌저, 비누, 샴푸, 세탁세제를 샴푸바 하나로 해결하는 ‘올인원’의 신세계.  

꿀랩  밀랍을 입힌 천으로 1회용 랩처럼 방수가 되며 씻어서 계속 쓸 수 있다. 가방에 손수건처럼 접어서 넣고 다니다 사모사, 로티 같은 현지 길거리 음식을 사먹을 때 ‘여기다 올려주세요’라며 내밀었다. 물기 젖은 샴푸바를 싸는 비누통 대용으로도 안성맞춤.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  알약처럼 생긴 고체치약을 리필 용기에 덜어 왔다. 입에 넣고 씹으면 거품이 난다. 튜브형 치약은 안을 깨끗이 씻지 않는 한 재활용하기 어렵다. 300년 동안 썩지 않는 플라스틱 칫솔은 말해 무엇하리. 대나무 칫솔을 권한다.

 생리컵, 생리팬티, 면생리대  생리컵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에 깃털처럼 가벼워서 여행에 딱이다.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다. 생리컵이 익숙하지 않다면 빨아 쓸 수 있는 생리팬티와 면생리대를 권한다.

 다회용 식기류와 빨대  늘 젓가락과 스테인리스 빨대를 가지고 다니는데, 길고 삐죽해서 공항 보안대에서 걸린 적이 있다.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게 “일회용품 안 쓰려고요”라고 하면 무사통과. 엄지를 척 들면서 칭찬해주는 공항 직원을 만날 수도 있다.

텀블러와 장바구니  만국 공통 ‘플라스틱 프리’의 시조새 격. 어디를 가도 장을 보게 마련이고 음료를 마시게 돼 있다. 비행기에 타면서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승무원이 1회용 컵에 음료수를 따르기 전 텀블러를 내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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