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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양 그곳은주민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손전화’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2019년 02월호



집권 8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 시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사회·생활상의 변화 중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건 휴대폰이다. 모바일 문화의 확산은 독재 체제 유지에 부담이 될 것이란 외부세계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휴대폰 보급을 꾸준히 늘려왔다. 부작용을 빌미로 단속을 하거나 개통이나 이용에 제한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단 한 차례도 제재를 가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손전화’로 불리는 북한 휴대폰은 주민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게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관계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폰 보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인구가 약 2,538만명(미국 CIA의 월드팩트북, 2018년 7월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꼴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휴대폰이 노동당과 내각의 간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건 옛말이 됐다.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은 대체로 1대 정도 보유한 품목이고 장마당에서 유통망을 쥐고 있거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신흥자본가인 ‘돈주’ 등의 경우에는 2~3대를 보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북한에서 처음 선보인 건 김정일 국방위원장 통치 시절인 2002년이다. 태국 업체인 록슬리 퍼시픽(Loxley Pacific)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선넷(Sunnet)이 2만명 정도에게 제한적으로 2G폰 서비스를 제공한 게 그 기원이다. 그렇지만 2004년 4월 평북 용천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은 휴대폰 공급과 이용을 중단했었다.
휴대폰이 다시 허용된 건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부상한 2008년이다. 이번엔 이집트 오라스콤(Orascom)과 북한 체신성(전기통신, 우편통신, 방송통신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이 합작해 고려링크란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관계 당국은 중고 휴대폰의 경우 100달러, 최신형은 1천달러 정도의 가입비가 들어간다는 점을 토대로 600만대 가입으로 얻은 수입만 17억달러(한화로 약 1조9,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휴대폰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도 이런 든든한 돈줄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상거래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북한 매체는 주민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물건을 사거나 주문·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거래 시스템인 ‘옥류’가 가동 중이란 점을 부각해 선전하고 있다. 인터넷과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마이크로SD카드 등을 이용해 한류 드라마와 가요 등을 전파시키는 통로 역할도 한다.
새해 벽두에 북중 정상회담에 나선 35살 청년지도자 김정은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등의 시간표를 짜고 있다. 그의 앞에는 북한 체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이 놓여 있다. 600만대의 휴대폰을 들고서 장마당을 누비는 북한 주민도 자리하고 있다. 핵 폐기와 개혁·개방의 기로에 선 김정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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