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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뉴 쿠웨이트 2035’ 전략으로 중동지역 허브로 재도약 시동
황현규 KOTRA 쿠웨이트무역관장 2019년 02월호



최근 수년간 쿠웨이트를 방문한 한국 기업인들에게 쿠웨이트라는 나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물으면, 뚜렷하게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간혹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속 등장인물인 ‘쿠웨이트 박’을 떠올릴 뿐이다. 현지를 방문하는 국내 인사들에게 중동의 허브가 어디냐고 하면 당연히 두바이를 꼽는데, 이들에게 1990년대 이전에는 쿠웨이트가 중동지역의 허브였다고 설명하면 정말이냐며 놀라곤 한다.
이처럼 쿠웨이트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현지에 진출해 있고, 현재도 이들과 협력관계인 다수의 중견기업들이 진출해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다. 1970~1980년대 중동 건설붐 당시 쿠웨이트의 도시 건설을 비롯해 다양한 정유시설 및 인프라 구축에 한국 기업들이 크게 기여했으며, 현지에서 이들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케이팝(K-pop)과 한국 화장품의 진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충분한 재정을 바탕으로 인프라 확충과 신도시 건설 추진

1990년 사담 후세인이 통치하던 이라크의 군대가 강제로 쿠웨이트를 합병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듬해 쿠웨이트가 영토를 회복했지만 이라크군이 철수하면서 주요 유정(油井) 300여개에 불을 질러놓은 탓에 쿠웨이트 정부와 국민은 화재 진압에만 9개월간 총력을 기울여야 했고, 유정 훼손이 야기한 심각한 환경파괴의 피해를 복구하느라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라크의 침공에 놀란 현지의 재력가들이 미국 등 서방세계로 탈출했는데, 9·11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는 대부분 미국 및 유럽지역 내 투자에 집중했고 이후에는 서방세계에 확산된 반아랍 정서의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두바이로 몰리게 됐다. 외국으로 도피한 쿠웨이트 주요 재력가들이 자국 내 투자를 꺼리게 되면서 쿠웨이트는 결국 중동지역 허브의 위상을 두바이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2010년 무렵부터 재력가들이 속속 자국으로 돌아온 가운데, 쿠웨이트 정부는 이라크 침공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후손들을 위한 별도의 자금을 비축하며 ‘미래세대 발전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은 매년 정부 예산에서 10~15% 수준을 떼어내 적립한 것으로 현재 약 4,900억달러에 달하며, 공공 분야 주요 프로젝트 추진 시 정부 예산의 부족분으로 충당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낮은 국제유가로 인해 주요 중동 산유국들은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아직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상태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지표가 ‘균형재정 유가’인데, 매년 각국 정부의 예산 편성 시 균형재정을 실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예상 재정수입을 산출하는 희망 국제유가의 개념이다. 이 희망유가와 실제 국제유가의 차이로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균형재정 유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84~85달러 수준인 반면, 쿠웨이트는 50달러 미만인 까닭에 쿠웨이트 재정에 미친 저유가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처럼 쿠웨이트 정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부 재정과 함께 앞서 언급한 ‘미래세대 발전기금’의 동원이 가능하고, 유엔을 통해 이라크로부터 2025년까지 매년 50~60억달러의 전쟁 피해 보상금을 받고 있어 공공 분야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재원은 풍족하다. 충분한 재정에 힘입어 현재 쿠웨이트 전국 곳곳에서는 인프라 확충과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안정되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곧 완공을 앞둔 주요 사업 중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자베르 연륙교(Jaber Causeway)는 쿠웨이트 본토에서 이라크 남부 해안 인근에 위치한 무인도인 부비얀(Bubiyan)섬을 연결하기 위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로, 그 길이가 48km에 이른다. 이 다리가 완공되면 쿠웨이트 정부가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제시한 ‘뉴 쿠웨이트 2035(New Kuwait 2035)’의 핵심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실크시티(Silk City) 스마트 신도시와 부비얀섬 개발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韓 호감도 높고 소비재 수요도 증가…우리 기업들 진출 도모할만
‘뉴 쿠웨이트 2035’를 통해 쿠웨이트 정부는 총 7개 분야별로 165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포스트 오일(post oil) 시대를 대비하고자 인적자원 개발, 자국 내 제조업 기반 구축 및 육성,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신도시 건설, 보건의료 및 환경 인프라 개선 등을 함께 추진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쿠웨이트 총인구는 약 460만명인데 이 중 순수 쿠웨이트인은 약 140만명이다. 독립 당시인 1960년대 초에는 30만명 수준에 불과했으니, 약 60년간 11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빠른 인구 증가의 요인은 조세 부담이 거의 없고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민(순수 쿠웨이트인)에게 교육비·의료비 전액 지원과 함께 주택을 제공하기에 생활비 및 자녀 양육의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 공급물량의 부족으로 인한 대기자 규모가 11만가구에 달하고 있어 쿠웨이트 정부에 대한 자국민들의 불만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쿠웨이트 정부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신도시 프로젝트가 한·쿠웨이트 양국 정부협력 사업으로 LH공사가 설계를 맡고 있는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South Saad Al Abdullah) 스마트 신도시 프로젝트다. 분당 신도시에 버금가는 규모로 앞으로 6~7개의 신도시가 순차적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2016년부터 매년 쿠웨이트 국비지원 환자 약 15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국내 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경험하고 있고, 환경 분야에서는 오염토양 복원 프로젝트와 사막지대 녹지화 프로젝트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쿠웨이트는 총인구가 460만명 수준에 불과하고 영토도 경상북도와 비슷한 작은 국가인데,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쿠웨이트를 방문하는 한국 기업들에는 어수선한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우리의 눈에 비치는 피상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및 아랍인들의 공통된 특징을 보더라도 현지 진출을 모색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거의 모든 사업 거래에 등장하는 현지인 에이전트 선임 문제, 제조업을 경험하지 못한 현지 파트너들의 막무가내식 요구,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필수적인 법률 검토, 현지 관공서의 비효율적인 행정절차 등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대비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넘게 현지에 체류하며 경험하고 관찰한 필자는 단연코 쿠웨이트는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보고 진출을 도모해야 할 충분한 가치를 가진 미개척 신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무슬림의 원리원칙을 엄격히 고수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고위 공직에까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고, 7만달러 수준의 1인당 GDP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와 최초에 집착하는 얼리어답터(early adaptor)이며, 한국 기업 및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주변 어느 나라보다 높은 점은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쿠웨이트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대부분 건설사와 협력업체들이며, 수출 품목도 프로젝트 현장에 공급되는 장비와 원부자재가 주를 이루지만, 다양한 한국산 소비재의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며 수출품목이 다변화하고 있다.
‘뉴 쿠웨이트 2035’가 현실화되면, 쿠웨이트는 500만명의 조그만 단일시장이 아니라 인근 국가인 이란(8,200만명), 이라크(4천만명), 사우디아라비아(3,400만명) 등 1억5천만명의 거대 배후시장을 가진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쿠웨이트 정부가 구상하는 ‘강소국 쿠웨이트’의 모습이며, 바로 지금이 우리 기업들이 놓치지 말고 포착해야 하는 기회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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