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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염승선의 브랜드텔링음식과 여행과 별과 시
염승선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저자 2019년 02월호



“블랑제는 훌륭한 레스토랑을 팝니다.” 1765년경 파리 루브르궁 근처 한 식당에 걸린 간판의 문구다. 부용(bouillon; 고기를 푹 고아서 우려낸 맛국물)을 팔던 블랑제(Boulanger)라는 사람이 내건 이 간판으로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이 명명됐다. 레스토랑은 ‘체력을 회복시킨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동사 ‘레스토레(restaurer)’에서 파생된 말로 문구에서는 부용을 뜻하는 말이었다. 바로 ‘체력을 회복시키는 건강한 음식을 파는 집이 레스토랑’이다.
이렇게 생겨난 레스토랑은 1789년 프랑스혁명의 혼란 속에서 새로이 등장한 신흥 엘리트와 그들을 중심으로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더불어 모든 지식을 망라해 음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 열풍이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이 앞다퉈 음식에 대한 평을 하고 글을 썼으며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음식에 대한 비평과 평가의 행위가 가치를 갖기 시작했고, 프랑스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요리의 왕국으로 부상한다. 이 물결은 때마침 발명된 자동차와 함께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타이어 회사의 옹골찬 의지 
프랑스 중부 끌레르몽 페랑에서 자동차 타이어 회사를 경영하던 앙드레,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는 당시 최고의 럭셔리 아이템인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계층과 가스트로노미를 즐기는 계층이 거의 일치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동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길 그들을 위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1900년, 책 하나를 만들어 서문에 옹골찬 생각을 적고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는 한 세기의 시작과 함께 출발한 사업이며 따라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형제의 말대로 1900년에 최초로 발행된 『미쉐린 가이드(Guide Michelin)』는 119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44개 도시의 레스토랑을 담고 있고 각 레스토랑의 이름 옆에는 미쉐린의 별(asterisk)이 빛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의 별은 요리하는 사람들에겐 갖고 싶은 희망의 별이 됐고, 요리를 먹는 사람들에겐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방향잡이 별이 됐다. 일반적으로 틀린 문장을 수정하거나 특정 부분을 강조할 때 사용되던 별표가 『미쉐린 가이드』에 의해 빛나는 별이 된 이유는 100여 년간 이어온 일관성 있는 브랜드텔링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가 무료로 배포되기에 어쩔 수 없이 지면을 차지해야만 했던 광고가 가이드의 객관성을 해친다고 생각했던 형제는 1920년부터 가이드에 싣는 광고를 없애며 유료화를 단행했다. 사람들은 가이드를 더 가치 있는 책으로 느꼈으며 안에 담긴 정보가 믿을 만하다고 인식했다. 6년 후에는 레스토랑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손님인 듯 위장한 익명의 평가원을 보내 요리를 평가하고 별을 주는 지금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평가원들은 모든 요리의 값을 치르고 자신의 신변을 철저히 위장해야만 했다. 방문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모여서 ‘스타 세션’이라는 토론을 함으로써 평가에 철저한 객관성을 부여했다. 평가의 실체적 공정성을 확보한 『미쉐린 가이드』는 해를 거듭하며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고 별을 믿고 방문한 이에게 만족감을 주면서 그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100년이 넘게 이어지는 별의 명성
『미쉐린 가이드』는 별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별 하나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별 둘은 ‘요리가 훌륭해 들렀다(detour) 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 별 셋은 ‘요리가 매우 훌륭해 여행(journey)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다. 별이 품고 있는 문장의 ‘요리’와 ‘레스토랑’, 그리고 ‘여행’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정확한 별의 의미를 설명하고 조금 돌아가 들르거나 특별한 여행을 떠나라 말하고 있다. 철저한 평가가 탄생시킨 별, 그리고 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미쉐린 가이드』를 이끌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쉐린 가이드』가 매년 살아난다는 것이다. 과거에 받았던 별도 매년 다시 평가하고 별 수만큼의 내용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별을 빼앗기도 하기 때문에 별에 대한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브랜드의 실제적 행동이 오랜 시간 일관성 있게 시행돼 사람들에 의해 공감을 얻고 인정받는다면 브랜드는 정체성(brand identity)이 만들어지고 더욱 견고해진다. 한 세기가 넘게 이어진 『미쉐린 가이드』의 노력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인지됐고 정보의 정확함을 인정받았다. 그것이 『미쉐린 가이드』의 정체성이 된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평가원 120명은 여전히 전 세계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별을 매기거나 별을 빼앗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세계 곳곳의 내로라할 레스토랑의 셰프들은 별을 받기 위해 혹은 별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고 지키는 것은 많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한결같이 브랜드다운 모습을 지키겠다는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 약속을 믿고 고객들이 브랜드를 찾는 한 브랜드를 만든 이는 사라지더라도 브랜드는 살아 숨 쉴 수 있다.


참고자료
야기 나오코, 「레스토랑의 탄생에서 미슐랭 가이드까지」, 따비, 2011
제이오에이치, 『매거진 B: Michelin Guide(한글판)』, No. 5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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