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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마태우스」를 출간하다
서민 기생충학 박사 2019년 03월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고로케집을 연 남성이 출연한 적이 있다. 25세에 자기 사업을 열다니,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크구나 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 그는 고로케를 비롯한 밀가루 음식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제빵 실력 또한 형편없었다. 겨우 일주일 연습한 MC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이라니, 너무 장사를 쉽게 생각한 게 아닐까? 백종원도 이 점을 질타한다. “준비도 안 된 음식으로 매상을 올리겠다는 것은 도둑놈 같은 심보야. 어느 정도 실력이 된 다음 가게를 열었어야죠.”
그의 질타는 20여년 전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당시 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백일장 같은 데서 입상한 적도 없고 평소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닌데, 난 내가 책을 쓰면 수십만 부가 팔릴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습작 수준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냈는데, 이 책이 바로 「마태우스」였다. 제목부터가 ‘마침내 태어난 우리의 스타’를 줄인 것이니, 책 내용이야 안 봐도 뻔하다. 이 책을 들고 나갔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MC가 “이 책은 도대체 왜 쓴 겁니까? 중학생도 쓸 수 있겠는데요?”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책이 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준비 없이 고로케집을 열었던 젊은 남성처럼 나 역시 질타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난 그 책을 냈다는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책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낸 덕분에 내 글쓰기 실력이 일반인 수준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 깨달음은 내가 그 뒤 10여년간 지속했던, 소위 글쓰기 지옥훈련을 하게 만들었다.
「마태우스」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난 수시로 책을 낸다. 습작기에 낸 책들을 제외하고도 13권에 달하는데, 그 책들은 「마태우스」와 달리 괜찮은 판매고를 올렸다. 또한 경향신문에 10년째 칼럼을 쓰고 있기도 하다. 글 덕분에 난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고, 거기서 얻은 인지도는 대중을 상대로 외부강의를 하게 해줬다. 전공이 기생충학인지라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하지만, 주로 하는 얘기는 이런 내용이다.
“제가 원래 글을 못 썼어요. 「마태우스」라는 쓰레기도 썼다니까요. 하지만 지옥훈련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겁니다.”
대중은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만일 전공인 기생충학만 쭉 했다면, 그것도 나름의 보람은 있었겠지만 삶이 지금처럼 재미있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난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그 얘기를 대중에게 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철없던 시절 썼던 「마태우스」는 내게 스토리를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다.
백종원의 기준을 적용했다면 「마태우스」는 나올 수 없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후에야 책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까지도 책을 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젊었고, 그래서 뭐든지 저질러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긴 했지만, 내 젊음은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게 해줬다. 정말 뭔가를 간절히 바란다면 일단 저지르고 보자. 실패를 통해 얻는 교훈이야말로 삶을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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