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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인재를 말하다유연성으로 열 개의 우물을 파라
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2019년 03월호



생의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요즘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고 적응하거나 선도하는 능력이다.

세상이 빨리 변한다고 하지만 요즘같이 피부로 느끼는 세대도 없을 것이다. 20세기 산업화의 격동기를 지나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해서 조만간에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직업이 사라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의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가 금세기 내내 계속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물론 인류 전체가 어느 정도는 당황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것이 어려운 문제인 이유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생 안에서 급속한 변화를 수용하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진화해온 지난 수백만 년간 자연이나 사회적 환경의 변화는 늘 점진적이었고 한 개체의 생애주기 내에서 급변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빠른 산업화와 과학기술화가 진행되면서 사회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고, 이제는 한 사람의 생애 동안 그야말로 상전벽해, 모든 것이 달라지는 시대에 도달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이런 이유로 최근 이 시대의 새로운 덕목으로 창의성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어진 일을 알려진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창의적으로 과제를 풀어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창의성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추상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무엇에 대해 어떻게 창의적이어야 하는지 그 방향과 형태도 가지각색이고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방법도 없다. 무엇보다 창의성이야말로 예술적 재능처럼 타고나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학습하거나 입시처럼 ‘강요’해서 잘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굵직한 변화를 몇 년 단위로 맞이해야 하는 시대, 그래서 생의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요즘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것은 바로 그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고 적응하거나 선도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한편에선 졸업해본들 취직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대학 입학을 위해 결사적으로 달려들고, 다른 한편에선 미래에 유망할지도 모르는 몇몇 종목들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혈안이 돼 있다.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인습적이거나 기계적인 접근은 새로운 세대의 미래를 위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끌어가는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과거의 ‘컴맹’처럼 앞으로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에서 도태돼갈 수밖에 없다. 옛 방법과 가치관을 고수하려 드는 동안 자칫 젊은 세대보다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이 유연성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 등장하는 기술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피하지 않으며 적극적이고도 자유롭게 활용하면,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생겨날뿐더러 창의성 또한 자연스레 피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다른 무엇보다도 유연성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열 개의 우물을 팔 수 있는 다방면의 관심과 여유로운 정신을 키우고 그중 하나에서 물이 나온다면, 그가 바로 개인과 사회가 마시고 살 수 있는 오아시스를 가꾸는 인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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