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눈길을 끄는 기사 하나가 실렸다. 북한의 연구자가 지난해 ‘단백질 구조예측 국제대회(CASP13)’에 처음으로 참가해 부문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노동신문』 2월 2일자는 ‘나라의 기초과학 발전 면모를 보여주는 성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리과대학이 제13차 국제 단백질 구조예측 경쟁에서 단연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의 자연과학 계열 최고 대학으로 알려진 리과대학의 자연과학연구원 한군섭 연구사가 지난해 5월부터 3개월에 걸쳐 여러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 국제대회의 단백질 구조모형 정확도 추정 부문에 참가해 세계 50여개 참가팀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는 얘기다. 북한 연구자의 수상 소식은 국내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뉴스였다. 『노동신문』의 보도 이후에도 별다른 의미 부여나 후속 기사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 해당 분야 학계나 전문가·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꽤 입소문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 분야 동향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북한이 언급한 단백질 구조예측 국제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국내 전문가로부터 북측의 1위 입상 소식을 듣고 다들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단백질 구조예측 분야는 난치성 질병치료나 신약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로 꼽힌다. 인체에는 10만개가 넘는 단백질 종류가 있는데, 이들이 고유 모양을 벗어나 구조가 변형되면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같은 난치병에 걸린다. 치료를 위해서는 단백질의 고유한 모양을 파악해 변형된 부분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4년부터 2년마다 열려온 이 국제대회는 실험으로 밝혀지지 않은 단백질 구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해보는 경연장이다. 북한은 이번 성과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날로 비약하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발전 면모를 뚜렷이 보여주는 이 귀중한 성과로 하여 단백질 구조예측과 관련한 연구 사업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자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확대해나갈 수 있는 좋은 전망이 열리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과학교육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제시하는 등 김정은 집권 이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을 펼쳐온 북한으로선 내세우고 싶은 결과물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물리학과 미사일 로켓 개발 기술, 생물학과 화학 등의 분야에서 국제적 수준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데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국가체제가 필요로 하는 특정 분야에 치중해 영재 양성과 엘리트 집중교육, 노동당 차원의 투자를 통해 결과물을 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발전은 낙후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한 도발과 컴퓨터 해킹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남북 교류와 협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북 과학기술 교류에도 박차를 가해 우리 민족의 뛰어난 역량에 시너지 효과를 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