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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세계 다이아몬드산업의 메카, 수라트
김문영 KOTRA 인도 암다바드무역관장 2019년 03월호



지구상에서 가장 강도가 센 광물인 다이아몬드는 영구성, 희소성, 대체불가성 등을 바탕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랑과 권력을 상징해왔다. 단 1캐럿의 다이아몬드 원석 채굴을 위해 256톤의 광물 채굴이 요구된다. 세계다이아몬드거래소연맹(World Federation of Diamond Bourses), 국제다이아몬드연마업협회(International Diamond Manufacturers Association), 세계다이아몬드위원회(World Diamond Council) 등의 기관들을 중심으로 매우 강력하고 촘촘한 국제 협력·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가치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산업은 탐사-채굴-분류-가공-판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 따른 순환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레이저, 디지털, 인공다이아몬드 등 기술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현재 전 세계 2천만명이 이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 90%가 수라트에 집중…저임금·기술력으로 각광받아
18세기까지 인도는 세계 유일의 다이아몬드 공급지로 국제적 명성과 함께 탄탄한 산업·인력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골콘다(Golconda) 광산은 기원전 800년 무렵 발견된 역사상 최초의 다이아몬드 산지로 알려졌고, 인도식 도제교육제도인 구루쿨(Gurukul)은 오랫동안 다이아몬드 장인을 양성해왔다. 대영제국 왕관에 사용된 ‘코이누르(Koh-i-Noor)’와 페르시아의 천일야화에도 묘사된 ‘아이돌스 아이(Idol’s Eye)’가 골콘다 광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01년 인도 중부 크리슈나(Krishna)강에서 발견돼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리전트(Regent)’, 노란색과 방패모양의 영롱한 투명체로 유명한 ‘상시(Sancy)’, 소유자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유명해진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 등도 인도에 기원을 둔 다이아몬드다.
그러다가 18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이 시작되면서 주산지가 아프리카로 옮겨지고 벨기에와 이스라엘 등이 보석 가공의 허브로 떠오르면서 인도는 점점 잊혔다. 
필자는 1998년 해외 첫 근무지로 뉴델리에 부임한 이후 최근 20년 만에 다시 인도 땅을 밟았다. 지난 1월 17일 구자라트주 암다바드무역관 개소식을 마치고 2월 초 구자라트주 제2의 경제수도 수라트(Surat)를 찾았다. 수라트는 인도 섬유산업과 다이아몬드산업의 메카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 하면 관련 사업이 발달한 벨기에 앤트워프,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산지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맨해튼 5번가로 상징되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소비국인 미국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 활동의 90%가 인도, 그것도 서쪽 구석에 위치한 수라트라는 도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수라트의 시작은 미약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다이아몬드 소비가 위축되면서 다이아몬드 원석 재고가 쌓였고 이에 따라 생산업체들은 다이아몬드 커팅·광택 공정을 저임금과 기술기반을 가지고 있는 인도에 맡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다이아몬드 장인 가문들이 당시 인도 서부의 경제중심지였던 수라트에 모였다. 다이아몬드 사업의 뿌리부터 시작해 축적된 기술에 장인정신, 정직성, 몸에 내재된 상인 DNA가 접목돼 발전된 결과가 오늘날 수라트의 다이아몬드산업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지속되자 주문물량이 증가했고 도전적인 인도기업들이 수라트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라트는 위치적으로도 뭄바이라는 확실한 판매거점 근처였기 때문에 중·대규모 원석 구입·가공·판매의 자체 이력이 금방 쌓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벨기에나 이스라엘 등 콧대 높은 다이아몬드 선도국들을 넘어 세계 다이아몬드 가공·광택 수도로 자리 잡게 됐다.


소수 가문이 산업 주도…기업별 편차 등은 해결 과제
필자는 최근 인도 대표 다이아몬드 수출기업인 SRK(Shree Ramkrishna Exports)를 방문했다. SRK는 연 수출액 15억달러에 직원 수가 6천명에 달하는 기업으로, 원석 수입, 최적 경제성 확보를 위한 커팅설계·가공·판매 등 수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취급 품목도 그램 단위로 판매되는 소량 다이아몬드 가공부터 개당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10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까지 위탁 가공이 아니라 자체 구매, 가공 후 판매까지의 일괄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었다. 창업주인 고빈드 돌라키아(Govind Dholakia)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라트에 정착한 다이아몬드 장인들 중 하나다. 근속 직원 수천 명에게 자동차, 집 등을 선물해 화제가 된 다른 다이아몬드 수출기업 HK(Hari Khrishna Exports)의 창업주인 사브지 돌라키아(Savji Dholakia)도 같은 가문 출신이다. 인도 다이아몬드산업이 소수의 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회자되는 이유다.
아직도 대다수 다이아몬드 가공기업은 그램 단위의 벌크성 저캐럿 다이아몬드 가공·광택 위탁과정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분야별 편차 등의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인도정부는 보석귀금속수출진흥위원회(Gem and Jewellery Export Promotion Council)를 통해 1960년대부터 다이아몬드산업 지원정책을 펼쳐왔으며, 현 모디 정부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다이아몬드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세계 3대 상인으로 유대 상인, 중국의 ‘화상(華商)’, 그리고 인도의 ‘인상(印商)’을 꼽는다. 인상 중에서도 서부 구자라트주를 기반으로 하는 구자라티(Gujarati)와 북서부 타르사막을 기반으로 하는 마르와리(Marwari)가 유명하다. 인도 카스트제도 아래 수천 년간 상인 DNA를 대물림한 지역공동체로 현재 인도 10대 기업 중 8개를 차지하고 있다.
수라트다이아몬드협회(Surat Diamond Association)를 통해 소개받은 SRK 관계자들을 만나고 공장을 견학하면서 20년 사이 변화된 인도의 모습에 놀랐다. 암다바드와 수라트를 포함해 구자라트주 각 도시에서 필자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다수가 실용적이고 검소하다. 보통 수천 억대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라면 사치를 부릴 만도 하지만 이곳의 현지기업 1~2세대나 뿌리 깊은 상인가문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용과 신뢰를 중시하는 인도 상인 가문의 오랜 뿌리와 힘이 현재의 인도 경제발전을 일궈낸 저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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