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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탄고탄 맞춤법일률적보다는 자율적으로, 서로를 위해
박태하 출판편집자, 작가 2019년 05월호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데 누가 어떤 권위로 정했는지도 모르겠고, 생각해보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딱 이틀로 그런 타이틀을 다는 건 좀 염치없는 거 아닌가 싶어 검색을 좀 해봤다. 그랬더니 세상에, 11일은 입양의 날, 15일은 세계 가정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 22일은 가정위탁의 날,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이란다. 허명은 아니었구나.
하지만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지고, 이혼율도 높아지고, 출산율은 낮아지는 마당에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약간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구성원을 따뜻하게 품어줄 공동체의 존재는 소중하고 그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애정과 감사를 표현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지만, 결혼과 출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혈연관계에 기반한 가정만 진짜 가정이라고 쳐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이 글이 사회란에 실릴 것이 아니므로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맞춤법 강의에 충실히 ‘율/률’, ‘난/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비율’의 뜻을 가진 ‘率’은 상황에 따라 ‘율’도 되고 ‘률’도 된다. ‘증가율’, ‘재고율’, ‘방어율’을 ‘증가률’, ‘재고률’, ‘방어률’로 쓰실 분은 아마도 없으실 터. 이쯤에서 “앗, 그러고 보니 받침 유무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 앞말에 받침이 없으면 ‘율’이구나!”라고 절로 깨침을 얻을 분도 아마도 있으실 터. 그리고 이 깨침은 옳은 깨침이다.
반면 ‘시청율/시청률’, ‘수익율/수익률’, ‘경쟁율/경쟁률’의 경우, ‘율’이 눈에 더 익어 뵈는 것도 섞인 듯한데, 그래도 받침이 있으니 원칙(?)을 따라보자며 모두 ‘률’을 고른 당신, 이번에도 딩동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흐뭇이 웃으며 “앞말에 받침 없으면 ‘율’, 있으면 ‘률’!”이라고 정리해버리면 안 된다. 딱 하나만 더 보태자. 앞말에 받침이 없거나 ‘ㄴ’ 받침으로 끝나면 ‘율’이다. ‘이혼률’, ‘출산률’이 아니라 ‘이혼율’, ‘출산율’이 되는 것도 이 때문. 다음 단어들로 공식이 맞는지 확인해보자. 타율, 검거율, 이자율, 백분율, 생존율, 상승률, 성공률, 배당률, 실업률, 취업률, 득점률……. 참고로 이 공식은 인과율, 모순율, 법률, 도덕률 등 ‘律’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반면 ‘사회난’이 아니라 ‘사회란’이 되는 이유는 앞말의 받침 유무와는 상관이 없다. ‘난/란’을 구분하는 것은 앞말의 한자어 여부. 앞말이 한자어일 때는 ‘란’(독자란, 투고란, 경제란), 외래어·고유어일 때는 ‘난’이 된다(어린이난, 스포츠난, 가십난). ‘양(量)’도 마찬가지. ‘공급량’, ‘작업량’, ‘재고량’과 ‘구름양’, ‘오존양’, ‘에너지양’을 비교해보자.
일견 요상해 보이는 이 공식은 아마 두음법칙의 적용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인 듯싶다. 한자끼리는 애초부터 붙여 읽으니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고 원음대로 ‘란/량’이 되지만, 외래어나 고유어 뒤에 한자가 붙을 때는 ‘이래도 되나?’ 머뭇거리는 찰나에 홀로 있던 ‘란/량’이 두음법칙을 따라 ‘난/양’으로 바뀌고 그 뒤에야 슬그머니 붙는 느낌이랄까? 별 근거는 없지만 이렇게 기억해두셔도 딱히 손해 볼 건 없지 않나 싶다.
덧붙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품어주는 이들끼리라면,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도 않고 국가에 등록된 ‘가족’이 아니더라도, 또 꼭 가정의 달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편한 때 ‘서로를 위한 날들’로 만들어보는 것도 딱히 손해 볼 건 없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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