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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양 그곳은북한에 불어닥친 여성 화장품 고급화 바람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2019년 05월호




지난 3월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에는 이색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한 북한 여성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샤넬이 만든 화장품을 화장대에서 치워버리고 은하수화장품을 대신 놔두는 모습이었다. 마치 ‘샤넬을 물리친 북한 화장품’이란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화장품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2012년 집권 초반부터 이어졌다. 북한 내 양대 생산시설인 신의주화장품공장과 평양화장품공장을 수시로 직접 방문한 건 물론이고 평양 시내 쇼핑몰의 화장품 판매 코너에도 들렀다. 2013년에는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 해당화관 쇼핑몰을 둘러보는 장면이 북한 TV에 공개됐는데 한국 브랜드인 ‘라네즈’ 간판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가도 유지되는데 우리 제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질타했다. 눈화장 제품에 방수 효과가 부족해 눈가로 검게 번지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관심을 갖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외국의 유명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품질의 화장품을 생산하라며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공개 연설 등을 통해 경공업 제품의 질 향상과 함께 외국산을 선호하는 ‘수입병(病)’ 타파를 강조한 김 위원장이 화장품을 시범 분야로 삼은 분위기다.
이런 재촉에 힘입은 듯 화장품 분야에서 품질 향상과 함께 용기 디자인과 포장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의주화장품공장은 ‘봄향기’ 상표를 내세워 스킨·로션은 물론 안티에이징 제품과 향수·립스틱 등으로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과거 개성의 고려인삼 한 뿌리를 스킨에 넣어 파격을 보였던 봄향기는 인삼 성분의 자외선 차단 기능 제품과 미백·주름 개선을 내세운 크림을 최근 선보였다.
지난해 4월 북한이 발간한 상품 카탈로그 ‘조선상품’에 소개된 북한 화장품 제품만 살펴봐도 최근 들어 품질과 포장 디자인이 부쩍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카탈로그는 북한의 43개 기업에서 생산한 904개 제품을 담고 있는데 북한은 보습살결물(보습용 스킨), 보습물크림(보습용 로션)을 포함해 노화방지용 화장품까지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북한 여성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오랜 기간 억눌려 왔다. ‘병영국가’를 방불케 하는 긴장되고 폐쇄적인 체제 운용에 만성적인 경제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팀이 지난 2016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탈북 여성 200명 중 북한에 살 때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6.7%였고, 눈화장이나 립스틱 같은 색조 화장을 한 경우는 6.8%에 불과했다. 진한 화장을 기피하는 풍조 때문에 티가 나지 않게 하거나 기초화장에 머문다는 얘기다. 이제 이런 상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억누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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