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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염승선의 브랜드텔링너의 콤플렉스를 사랑해
염승선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저자 2019년 05월호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한 에피다우로스(Epidaurus·고대극장). 술의 신 디오니소스 제례를 위한 연극이 한창이다. 사람들은 현신하듯 나타난 신들을 향해 존경과 더불어 두려움을 가지고 몸을 굽힌다. 그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한다. 무대 위의 신들은 가죽이나 헝겊에 여러 가지 색깔의 흙과 나무의 즙을 이용해 신의 얼굴을 그린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가면 뒤 실체야 어떻든 그들은 가면 쓴 연기자들을 신으로 바라보며 경외심을 갖는다. 이때 쓴 가면을 라틴어로는 ‘페르소나(persona)’라고 부른다.
가면의 명칭이었던 페르소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에 걸맞은 의미로 정의된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페르소나란 단어를 ‘가면을 쓴 인격’이라 말한다. 사람은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일종의 가면을 쓰고 행동 규범이나 역할을 수행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페르소나를 통해 개성(personality)을 가진 개인(personal)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페르소나를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혹은 그렇지 않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습관은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스며들어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사람처럼 관계적인 측면에 두고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람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형용사로 브랜드를 인격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라 한다. 브랜드 개성은 브랜드가 페르소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브랜드가 확실한 페르소나를 갖는다는 것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브랜드에 페르소나를 불어넣는 방법 중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캐릭터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브랜드에 담고자 하는 모습으로 창조된 캐릭터들은 브랜드가 전략적으로 개성을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브랜드의 느낌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캐릭터는 으레 친근했고 정의로웠으며 선하고 밝은 모습의 긍정적인 모습으로만 묘사됐다.


We are Friends!

2012년 카카오톡은 싸이월드에서 ‘시니컬 토끼’로 열풍을 일으킨 작가 호조(권순호)에게 밝은 캐릭터를 만들어줄 것을 의뢰했다. 작가는 이 요청에 캐릭터에 대한 상식을 깨고 색다른 모습의 일곱 친구 ‘카카오 프렌즈’를 창조했다. 2016년 ‘라이언’이란 캐릭터가 리더로 새롭게 합류하면서 여덟이 된 그들은 이모티콘으로 사용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어 게임, 캐릭터 상품, 박물관, 다른 제품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국민 귀요미’가 된다.
곰처럼 생겼지만 알고 보면 갈기가 없는 수사자 ‘라이언’, 유전자가 변형돼 나무를 탈출한 악동 복숭아 ‘어피치’, 발이 작아 큰 오리발을 신어야만 하는 오리 ‘튜브’, 비밀이 많아 옆모습만 보여주는 악어 박사 ‘콘’, 토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악어 박사가 키워서 토끼 옷을 입고 있는 단무지 ‘무지’, 지금은 도시 개지만 태생은 잡종인 ‘프로도’, 가발을 쓰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사나운 고양이 ‘네오’, 땅속에 있었기에 눈이 좋지 않아 선글라스를 착용한 두더지 ‘제이지’ 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포장하지 않고, 젠체(있어 보이는 체)하지 않고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작가 호조의 말이다. 
‘나’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에게 공감한다. 마치 콤플렉스를 가진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듯 카카오 프렌즈를 바라보며 친근해진다. 콤플렉스까지 알려진 그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평소에는 겁이 많고 마음 약한 ‘튜브’지만 공포를 느끼면 언제든 초록색 미친 오리로 변해 화를 내기도 하고, 갈기가 없어 위엄을 갖지 못한 ‘라이언’은 다른 사자와 다르게 귀여운 척을 하지만 그래도 믿음직스럽다. ‘제이지’는 사람들 앞에서 힙합의 끼를 감추지 않고 마구 드러낸다. 사람처럼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그들은 카카오톡에서 ‘나’의 감정을 대변하는 ‘친구’가 된다.


숨겨놓은 이야기
작가는 콤플렉스와 각자의 개성으로 정체성을 가진 카카오 프렌즈 세상에 서로를 이어주는 이야기를 숨겨놓았다.
‘제이지’는 사실 땅속 나라 요원으로 땅속 마을 회장님의 희귀병을 치유하기 위해 토끼 간을 구해야만 한다. 그래서 ‘무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무지’를 만든 ‘콘’은 단무지를 키워서 ‘무지’를 만들었으니 이번엔 복숭아를 연구하고 싶어 ‘어피치’에게 접근한다. 도시 개 ‘프로도’는 앙숙 고양이 ‘네오’와 최장수 커플이다. ‘프로도’ 집의 옥탑에는 ‘제이지’가 산다. 서로를 잇는 이야기는 둘 이상이 함께할 때 사연 있는 이모티콘으로 드러난다.
‘제이지’는 ‘토끼’의 수배전단을 그리고, ‘콘’은 어떻게든 ‘어피치’를 자신의 연구로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반면에 ‘무지’를 탄생시킨 ‘콘’은 마치 부모처럼 ‘무지’를 아끼고, ‘프로도’와 ‘네오’는 함께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인다.
이야기는 이모티콘의 소재가 되고 이야기가 있는 이모티콘은 마치 ‘나’와 ‘너’의 이야기인 듯하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랑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하며 칭찬을 하기도 한다. 함께 영화관이나 도서관에 가기도 한다. 나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와 닮아 있고, 이모티콘 속 카카오 프렌즈의 모습은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이 이모티콘을 통해 ‘너’에게 이어지고 이모티콘으로 이야기를 나눈 ‘나’와 ‘너’, 그리고 카카오 프렌즈는 카카오톡이라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만 같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의 얼굴을 그린 가면들의 모습이 경외심을 가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하나의 상으로 남아 일상생활에서 소망, 행복과 안녕을 기원할 때 떠오르듯이 마찬가지로 공감대를 끌어내는 브랜드의 캐릭터들은 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응원하고 함께 웃고, 함께 슬퍼하며 행복을 나누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각박하고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니 이 얼마나 든든한 친구인가.


참고자료
* 탁양현, 「무의식 정치철학, 프로이트 칼 융 괴벨스」, 퍼플, 2018
* 유니타스브랜드, 「휴먼브랜딩」, MORAVIANUNITAS, 2012
* 이재홍, 「브랜드 개성과 소비자 자아이미지의 일치성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태도와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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