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서울은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로 꼽힌다. 영국의 한 경제분석기관에 따르면 서울의 물가 수준은 세계 6위로, 뉴욕과 파리보다도 높다. 특히 서민들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식료품 물가는 세계 1위다. ‘장보기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 집 식탁 물가,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최근 대형마트들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등 다른 유통채널로 빼앗긴 고객을 되찾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기회를 역이용하면 가성비 높은 장보기가 가능하다. 장을 보기 전에는 오늘의 식재료 물가를 확인한 뒤 저렴한 품목 위주로 쇼핑리스트를 짜는 것이 경제적이다. 농수산물 물가 정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카미스’(www.kamis.or.kr)에서 볼 수 있는데, 한 주간 유통되는 농수산물 가격뿐만 아니라 품목별로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생필품 물가 정보와 품목별 대형마트·백화점·전통시장·편의점 가격 정보는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www.price.go.kr)에서 미리 확인하고 가면 좋다.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는 황금시간대를 적극 공략한다. 대형마트는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이 정기 휴무이므로, 하루 전날인 토요일 저녁에 마트를 방문하면 타임세일을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신선식품과 육류품의 경우 당일에 처분하지 못하면 신선도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최대 50~70% 세일한다. 할인 폭이 가장 큰 시간은 오후 9시 이후지만, 좋은 제품은 미리 빠질 수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 시간대를 공략해야 한다. 미리 쇼핑리스트를 만들어서 가면 장을 볼 때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 먼저 1~2주간 요리할 식단을 짠 뒤 공통적으로 필요한 식재료와 즐겨 먹는 과일 위주로 1순위 리스트를 정한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다 적되, 이 가운데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3분의 1을 없애고 꼭 필요한 재료만 선별한다. 물건을 고를 땐 제품별 단위가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같은 생활용품이라도 진열된 상품마다 용량이 달라 어떤 제품이 저렴한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럴 땐 판매가격 하단에 명시돼 있는 단위가격을 보면 된다. 예를 들어 A세제는 5천원(2L), B세제는 4,500원(1.5L)에 판매한다고 가정하자. 얼핏 보면 B세제 가격이 저렴해 보이지만 단위가격을 따져보면 A세제는 100ml당 250원, B세제는 100ml당 300원이다. 결과적으로 A세제가 더 저렴하다. 장보기는 가급적 혼자 하는 게 경제적이다. 가족 구성원이 다 함께 장을 보면 생각지 못한 구매리스트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함께 장을 보면 주류와 반조리 식품이 늘어나고, 아이와 같이 가면 장난감이나 간식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이 곧잘 벌어진다. 대형마트를 자주 가는 가정이라면 가급적 구성원 중 1명이 장을 보자. 식료품을 소량으로 구매할 때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동네 마트나 온라인 마트를 이용하는 게 낫다. 지출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한번 가면 1시간은 기본인 대형마트보다 30분을 채 넘기지 않는 동네 마트가 지출을 통제하기 유리하다. 요새는 전날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온라인 마켓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직접 장을 보러 가지 않고도 손쉽게 주문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마트는 눈에 보이는 세일 상품에 현혹되기 쉽지만, 온라인 마트는 상대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 위주로 장바구니를 채우고 할인쿠폰도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