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실패에 따른 사회적 책임 분담 측면에서 은행 등 전 금융회사의 상시 출연제도가 도입돼야 하며, 동시에 재정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포용금융(Inclusive Finance)이 화두가 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포용금융이란 ‘개인과 기업이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유용하고 편리하게 접근하는 상태’를 뜻한다. 2017년 8월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 등을 핵심으로 하는 ‘2017 금융포용 액션플랜(FIAP)’을 채택한 바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돼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득양극화와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의 금융소외가 심화되자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이 차례로 출시됐다. 개별적으로 지원되던 정책서민금융을 통합 관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6년 9월에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했고, 신용회복위원회가 법정기구화됐다. 이를 통해 제도권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에게 저리의 자금지원과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취업상담, 금융교육 등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도 함께 지원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책서민금융은 서민·취약계층의 실질적인 자활을 지원하며, 정부의 포용금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서민금융이 끌어안아야 할 서민·취약계층은 여전히 많다. 2018년 말 기준 서민금융의 지원대상인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또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저신용·저소득층은 1,47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해 2018년 연간 서민금융은 정책자금을 통해 33만1천명에게 지원됐다. 은행권 자체 자금으로 공급하는 새희망홀씨 실적을 합산해 전체 지원 규모는 58만4천명 수준이다. 특히 2018년 말 기준 263만명에 이르는 신용등급 8등급 이하자는 연체나 신용불량 등으로 등록된 사람의 비율이 72%에 이르는 등 부실 우려가 높아 저축은행에서조차 대출이 거절되고 있다. 이처럼 민간 금융시장에서 대출이 배제되는 저신용 취약계층은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사금융에 빠져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등 결국 복지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민간시장의 실패를 보완해 금융소외계층을 포용하고 불법사금융 등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 정책서민금융이다. 정책서민금융은 재무진단·상환의지 등을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컨설팅 등 비금융서비스도 함께 지원함으로써 서민·취약계층의 자활을 유도한다.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1조원의 재원으로 6~8조원까지 지원할 수 있고, 회수금액을 다른 대상자에게 다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지원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복지보다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햇살론에 대한 복권기금 출연 종료 예정 시기가 2020년에 도래하는 등 현재의 정책서민금융 재원구조는 한시적·불안정적이다. 따라서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금융소외로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 지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시장실패에 따른 사회적 책임 분담 측면에서 은행 등 전 금융회사의 상시 출연제도가 도입돼야 하며, 동시에 재정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정책서민금융 도입 10년을 맞아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저신용·저소득 서민들의 경제적 자활과 재기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 서민금융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정책서민금융은 포용금융을 뒷받침하는 디딤돌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