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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B2B SaaS로 동남아시장 잡은 ‘스윙비’…글로벌한 HR테크 스타트업으로 성장 중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9년 06월호




글로벌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대세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다. 클라우드 플랫폼 위에 올라간 소프트웨어를 서비스로서 이용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면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를 CD로 구매해서 컴퓨터에 설치하고 사용하면 됐다. MS오피스나 한글 프로그램이 그런 식이다. 그런데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서비스처럼 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데스크톱 컴퓨터 외에 스마트폰 등 여러 곳에서 연결해 편리하게 쓸 수 있어서 좋고, 소프트웨어 업체 입장에서는 한번 판매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달 지속적인 매출이 나오고 고객과 계속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처럼 글로벌 대세가 된 SaaS 회사가 한국에는 아주 드물다. 특히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SaaS는 더욱 그렇다. 소프트웨어를 제값 주고 쓰는 문화도 확립돼 있지 않고 인터넷에 연결해서 월정액을 내고 쓰는 것에도 저항이 있는 편이다. 대기업은 외부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는 것을 꺼린다. 그렇다 보니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가 성장해서 해외에 나가기도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해 싱가포르, 대만으로
그런데 그 어려운 기업 대상 SaaS 스타트업을 동남아에서 창업해 쑥쑥 성장 중인 창업가가 있다고 해서 만나봤다. 이제 서른셋의 최서진 스윙비 대표다.
스윙비는 최 대표가 2016년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창업한 HR테크 B2B 스타트업이다. 20~100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사관리, 급여, 보험 등을 온라인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년 안랩의 동남아 영업 담당으로 일하던 최 대표는 거래처의 현지인이 휴가를 가야 하는데 종이서류로 휴가신청을 처리해야 해서 큰 불편을 겪는 것을 알게 됐다. 동남아는 7천만개의 중소기업이 있는 큰 시장인데도 의외로 인사, 급여 등을 잘 처리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없어 기업들은 업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거나 비싼 돈을 내고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었다.
“바로 이 문제를 풀면 기회가 있겠다고 느껴 창업에 나섰습니다.” 직원 수가 20명이 넘는 기업이라면 스윙비를 이용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인사처리 부분은 무료로 제공하고 급여처리 부분은 1인당 사용비용을 받는 비즈니스모델을 택했다. 그리고 각 회사의 사정에 맞는 보험, 복지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면서 수익모델을 늘려가고 있다.
스윙비는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해 싱가포르로 확장했고 이제 대만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아직 서비스하고 있지 않다. 아직 3년이 안 됐는데 5천개의 고객사를 확보했고, 올해 1만5천개까지 공격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4월 삼성벤처투자, 빅베이슨 등 벤처캐피탈로부터 7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100억원쯤 된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라인·네이버 출신이다. 다른 공동창업자와 주요 간부는 모두 말레이시아인이다. 직원은 한국에 개발팀 11명이 있고 말레이시아에 10명, 싱가포르에 3명, 대만에 1명이 있다. “좋은 개발자를 동남아에서는 구하기 힘들어 개발팀은 모두 한국에 꾸렸습니다. 저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한국에 1주일씩 머무르며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다국적군을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각 현지팀에서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강력한 권한 이양, 모든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극도의 투명성, 구성원 간의 명확한 소통을 회사의 문화로 만들어서 이끌어가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것 같다. 창업 이후 입사자 중에 퇴사자가 겨우 1명이다.


치열하게 쌓은 해외 경험이 글로벌하고 노련한 창업가 만들어
30대 초반의 한국 젊은이가 어떻게 타국에서 글로벌하게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지 신기했다. 성장과정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 대표는 소아과 의사 아버지와 성악을 하는 어머니를 따라 오랜 해외생활을 했다. 그렇다고 대기업 해외주재원이나 외교관 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를 다닌 일이 없다. 고아원 출신인 아버지가 고생을 해봐야 한다며 아들을 항상 현지 학교에 보냈다. 일본 오사카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며 지독한 이지메를 당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고, 프랑스로 넘어가 중학교까지 6년을 프랑스 학교에 다녔다. 프랑스에 익숙해졌는데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대학 진학 의향이 없어서 2학년 때 중퇴했다. 이후 아버지를 따라 몽골에 가서 일을 도와드리며 시간을 보냈다.
20살 때 한국에 돌아와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검정고시와 수능을 치고 2006년 한양대 건축과에 입학했다. 군대는 2008년 해군 특전단(UDT)에 지원해 입대했다. 진해에서 무척 힘든 군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특전단은 각종 잠수수당이 많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2010년 제대하고 그 돈으로 유학 준비를 했다. 그런데 원하던 5개 대학에 모두 낙방했다. 원하지도 않는 대학에 가서 거액을 쓰느니 그냥 유학을 포기했다.
건축에서 IT 쪽으로 전향했다. ‘빙글’이라는 SNS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스타트업에 눈을 떴고 네이버 소프트웨어 멤버십 과정을 밟으며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게 됐다.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집으로’라는 서비스로 창업했습니다. ‘직방’처럼 한양대 학생들을 위해 방을 찾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았습니다.” 방향을 전환해 ‘쌤통’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과외를 받으려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매칭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제법 잘됐다. 앱을 사겠다는 회사가 나타나서 나름 작은 엑싯(exit)도 경험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해외사업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안랩에 입사했습니다. 프랑스 경험도 있고 해서 유럽시장을 맡기를 기대했는데 동남아를 맡게 돼 크게 낙담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회사에서 권한을 충분히 받아 마음껏 동남아로 출장 다니면서 시장을 잘 이해하게 됐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창업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이런 창업가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쌓은 해외 경험과 진로에 대한 방황, 스타트업 인턴 경험과 두 번의 창업, 그리고 동남아 영업 경험이 젊지만 글로벌하고 노련한 창업가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들을 이처럼 강하게 키운 아버지는 지금 미얀마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며 수백 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최 대표는 “HR테크에서 더 나아가 보험, 법인카드, 기업금융까지 제공해 스윙비가 중소기업을 잘 운영하는 데 필수인 OS가 되는 것이 비전”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스윙비가 있는 HR테크 영역에는 제네피츠(Zenefits), 거스토(Gusto), 네임리(Namely) 등 미국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많다. 스윙비가 빠르게 성장해 아시아의 첫 HR테크 유니콘 스타트업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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