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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보다 아빠질의응답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2019년 06월호




이제 2년 뒤면 쌍둥이들도 학교에 가야 한다. 그래서 이사가 요즘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무자녀 시절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너무나 많다. 최우선적으로 아이들끼리만 다녀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학교가 가까웠으면 좋겠다. 등하굣길에 큰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면 더 좋겠다.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다. 아내는 컴퓨터에 서울과 수도권의 초품아 목록, 시세, 각 학교의 학업성취도 등을 엑셀파일로 정리했다.
얼마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목록에 있는 초품아들을 보러 다녔다. 당연히 마음에 드는 집은 너무나 비싸서 번번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15년 넘게 맞벌이하면서 여태 집 한 채 안 사두고 뭘 했나 후회하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터뜨려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제일 큰 관심사는 놀이터다. 전용면적도 나름대로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함께 집을 보고 온 어느 날 둘째가 갑자기 물었다.
“그런데 집을 사면 어떻게 가져와?”
잠시 말이 막혔다. 부동산과 동산의 개념에 대한 질문이다. 어린이집에서 과자나 장난감을 사고파는 놀이는 많이 해봐서 경제활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습득했지만 부동산 거래는 그 틀을 벗어나는 거였다.
집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으니까 제자리에 가만히 있고 우리가 새로 산 집으로 가야 하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는 다른 사람이 와서 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동안에도 몇 개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진땀이 났다.
얼마 전에는 내가 미국 출장으로 일주일 조금 넘게 집을 비웠다. 아이들이 잠들 시간 직전에 맞춰 영상통화를 했다. 쌍둥이들은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환한 배경을 보고는 “아빠, 거긴 아침이야? 왜 아침이야?” 물었다. 한국은 밤인데 미국은 아침이라는 게 너무너무 신기한 거다.
하지만 지구는 공처럼 둥근 모양이고 태양 주위를 빙글빙글 자전하며 맴돌고, 그래서 낮과 밤이 있고 지역에 따라 낮과 밤이 다르다는 걸 설명해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분명히 설명을 하다 보면 중간에 추가질문이 들어오고 원심력, 구심력, 중력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올 텐데 문과 출신 아빠에게는 무리다. 400년 전 갈릴레오도 당대 지식인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이야기 아닌가. 미안하지만 지금은 곳에 따라 낮과 밤이 다르다는 것만 기억하고, 그 원리는 나중에 학교 가서 배우기로 하자.
아이들이 툭툭 던지는 질문의 수준이 날로 높아진다. 습자지처럼 모든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는 때인 만큼 좋은 답을 해주는 게 아이들 발달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긴장하게 된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에 ‘나중에 자식이 물어볼 때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가 꼭 포함돼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 학년이 올라가면 부모도 같이 공부한다는 이야기도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아빠의 직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늦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미루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빠, 블록체인이 뭐야?” 물으면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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