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ENG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대한민국 인재를 말하다역사 없는 현재는 없다, 미래도 없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2019년 06월호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의 후계자로서 역사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


민관이 함께 꾸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구호는 ‘국민이 지킨 역사, 국민이 이끌 나라’ 또는 ‘지난 100년의 기억,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다. 모두 과거 100년의 역사를 미래 100년의 대한민국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긴 구호다. 역사란 단순히 이미 흘러간 옛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삶과 이어져 있고 미래의 삶과도 이어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은 역사학자 신채호가 한 말로 많이 알려졌지만 원래 서양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신채호는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라고 썼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로서는 신채호의 말이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역시 역사학자인 박은식도 “국사가 망하지 않으면 국혼은 살아 있으므로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라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일제강점의 엄혹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각자들은 역사를 지키면 우리 민족은 반드시 다시 일어나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역사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도 중국의 근현대사 관련 기념관에 가면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라는 글귀를 쉽게 볼 수 있다. 역사가 미래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전사는 주로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아편전쟁에서 중일전쟁에 이르는 100여년의 역사를 가리킨다. ‘전사불망 후사지사’란 말속에는 중국이 힘이 없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고 거기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중국 사람들이 큰 희생을 치른 아픈 역사를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2019년 현재 미국과 세계의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이처럼 역사를 중시한다.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의 중국이 존재하고, 미래의 중국도 전망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최대 화두는 경제라는 말을 하곤 한다. 경제, 중요하다.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일은 빨리 잊는 게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현재와 미래를 위해 가깝게는 세월호 사건이나 5·18광주민주화운동, 멀게는 친일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도, 언급도 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 없는 현재는 없다. 미래도 없다.
가만히 있었으면 안락한 삶을 살았을지 모를 많은 사람이 독립운동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심지어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일제에 맞서 싸운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꾸로 일제에 협력하면서 세속적인 출세의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만주로 이주한 우리 동포들은 나라가 망한 8월 29일(강제로 맺은 한일병합조약의 발효일)이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루 세끼를 굶으면서 독립에의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일은 얼마든지 있다. 대한민국의 인재라면 최소한 나라 없는 설움을 이겨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싸운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의 후계자로서 역사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과 열정을 갖춰야 할 것이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