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ENG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칼럼
감탄고탄 맞춤법어떤 운명에 대처하는 맞춤한 자세
박태하 출판편집자, 작가 2019년 06월호




「책 쓰자면 맞춤법」이라는 책을 낸 사람이 KBS TV 〈우리말 겨루기〉에 나가 보라는 이야기를 잊을 만할 때마다 듣는 건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나가 보라는 이야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나가기만 하면 달인은 따논 당상이라느니 하는 말에는 절로 숨이 헉 막힌다. 문제를 맞힐 확률도,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확률도 일반인들보다(아니, 거기 나오는 사람 다 일반인인데?) 아무래도 약간 높기야 하겠지만, 낯선 고유어 같은 걸 모르기는 나도 매한가지에 합성어 등재 여부를 달달 외우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야말로 복불복. 괜히 직업 때문에 쪽만 더 팔고 올 확률도 굉장히 높은 것이다.
그리고 또 숨이 헉 막히는 이유는 ‘따논 당상’은 틀린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럼 맞게 쓰면 뭘까? 떼논 당상? 따놓은 당상? 떼놓은 당상? 정답은 ‘따놓은 당상’과 ‘떼놓은 당상’ 혹은 ‘떼어놓은 당상’이다(‘따 놓은’, ‘떼 놓은’, ‘떼어 놓은’으로 띄어 써도 상관없다). 일단 당최 당상(堂上)이 뭔지나 알아야 따는 건지 떼는 건지 생각해볼 텐데, 정3품 이상의 벼슬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확실치는 않으나 그런 사람들이 달 수 있는 금관자나 옥관자(관자는 망건에 다는 작은 고리를 말한다)를 은유하기도 하는 모양. 어쨌든 벼슬 자리든 관자든 내가 ‘따놓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떼어놓을’ 수도 있으니 둘 다 맞는 말이다. 핵심은 ‘놓다’를 ‘놓은’으로 활용하지 ‘논’으로 활용하면 못 쓴다는 것! ‘좋다’를 ‘좋은’으로 활용하지 ‘존’으로 하지는 않잖은가?
여기서 뜬금없이 퀴즈! 퀴즈의 정답은 ‘맞추어야’ 할까 ‘맞혀야’ 할까? 이게 퀴즈다. 정답은 첫 문단에 있듯이 ‘맞혀야’ 한다는 것. ‘맞추다’와 ‘맞히다’는 구분해서 써야 하는데, 맞춤법을 잘 지키시는 분들도 은근히 막 쓰시는 경우가 많다. 잘못 써도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서, 고백하자면 나도 지난해 6월호 원고에 ‘맞히다’를 ‘맞추다’로 잘못 써놓은 걸 나중에 인쇄본을 보고서야 발견하고는 혼자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쉽게 생각하면 ‘맞히다’는 ‘맞게 하다’라는 뜻.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외에도 무언가를 던지거나 쏠 때(“과녁에 정확히 맞혔다”), 우산을 안 줄 때(“아이한테 비를 맞히고 그래”), 안 좋은 일을 당하게 할 때(“왜 사람을 바람 맞혀”) 등에 쓰면 된다.
반면 ‘맞추다’는 두 개의 대상을 비교해 같게 할 때 쓴다. “발 맞추어 걸었네”, “오늘도 화투짝을 맞춰 봤지”, “비밀이 새 나가지 않게 단단히 입을 맞춰야 해”, “건전지 갈았으니까 시간 좀 맞춰”처럼 말이다(“지금이 몇 시인지 맞혀 봐”와 구분하자). ‘맞힘 양복’이 아니라 ‘맞춤 양복’인 것도 몸과 옷을 대어 맞추기 때문일 거고, ‘맞힘법’이 아니라 ‘맞춤법’인 것도 글을 쓸 때 그 규정에 대어 맞추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아, “정답을 맞혔다” 대신 “정답을 맞췄다”를 쓴다면 내 답안지와 정답지를 맞춰 봤다는 말이 되겠다.
글을 쓰다 혹시나 싶어 〈우리말 겨루기〉의 달인 상금을 찾아보니 꽤 액수가 커서, 또 혹시나 싶어 기출문제를 검색해 봤다. 역시나 안 되겠다 싶다. 문제를 맞혀서 돈 벌기는 글렀고, 열심히 일해서 벌고 그달의 계획과 지출을 잘 맞춰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겠어. 그리고 언젠가 마추픽추에 갈 테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