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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늘어나는 해외투자와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인 캄보디아
이치호 KOTRA 캄보디아 프놈펜무역관 과장 2019년 06월호




“두껍게 깔면 얇게 먹고, 얇게 깔면 두껍게 먹는다.” 캄보디아의 부정부패를 얘기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캄보디아에서는 해외 원조나 차관을 통해 길을 닦으려고 아스팔트와 돌멩이를 부어 도로를 포장할 때 정해진 표준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일을 맡은 사람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속여서 남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스팔트나 돌멩이를 두껍게 부으면 속여서 남기는 금액이 적고, 반대의 상황에서는 남기는 금액이 많다는 의미로 캄보디아 부정부패의 단적인 예로 꼽힌다. 물론 우기와 건기가 반복되는 자연 환경과 차량 과적, 관리 부실도 큰 원인이지만, 누군가 ‘해먹었기’ 때문이라고 현지인들은 자조 섞인 한탄을 한다.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는 계획 단전이 있었다. 전력의 30%를 수입에 의존하고 발전의 50%를 수력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뜨거운 건기에 전기사용량이 증가하고 가뭄으로 수력발전율이 떨어지자 전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발전기 가격이 치솟고, 냉장·냉동식품을 취급하는 가게에서는 한 달에 수백만 원의 발전기 연료비를 지출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정부는 기후변화로 생긴 불가피한 일이라고 국민들과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며 계획 단전을 실시했지만 이는 전기 인프라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FDI, 2017년 기준 3년간 60% 증가
캄보디아는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서 140개국 중 110위를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비즈니스 역동성(128위), 제도(126위), 기술(121위), 생산물시장(114위), 인프라(112위)가 대표적인 하위권 지표였다.
그런데 이런 캄보디아에 대한 해외투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의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7년 기준 3년간 60% 증가했다. FDI 증가율은 아세안 평균을 상회했고 증가 추세는 2018년에도 지속됐다. 이 가운데 건설·부동산 부문이 17.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2013년 대비 5배로 증가했다. 일본발 FDI도 증가하면서 단순 저임금 경공업에서 나아가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제조업, 서비스 등으로의 산업 다양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의 투자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근 회복세에 있으며, 특히 금융업 진출이 두드러진다. 2018년 기준 캄보디아로 진출한 한국계 금융회사는 2014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해 17개에 이른다. FDI 증가가 마중물이 돼 캄보디아는 경제 전반에 걸쳐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도 캄보디아경제는 예상보다 높은 7.5%의 성장을 이뤘는데 지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캄보디아 부동산 경기는 가히 ‘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활황이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프놈펜의 지가는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한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중개를 부업이나 본업으로 하는 현지인들이 늘어나고 토지로 인한 신흥 중산층도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은 토지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는 내국인, 콘도나 아파트 및 상업시설은 주로 중국인을 위시한 외국인 주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수급 불균형과 중국 투자자금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유통과 소비시장도 확대 및 다변화되고 있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쇼핑센터라고 할 만한 데가 2~3곳에 그쳤으나 2014년 이온몰(Aeon Mall)을 시작으로 프놈펜 곳곳에 각종 중대형 슈퍼마켓과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다. 창고형 매장, 건축자재 유통업체를 포함해 2021년 즈음에는 20개 이상이 될 전망이다. 저녁 6시만 되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던 1인당 국민소득 1,500달러 남짓의 캄보디아에서 편의점과 미니마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CSX)도 꿈틀대고 있다. 2012년 우리나라와 캄보디아 정부가 합작해 개장한 증권거래소는 아직까지 시가총액은 5억3천만달러에 불과하고 일일 거래금액은 2만7천달러에 그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1% 증가했고 일일 거래량도 4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사람에 투자해야 하는 시장
비록 주변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늘어나는 해외투자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캄보디아에서 기회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한 현지 또는 해외투자 기업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캄보디아의 에실리다은행(ACLEDA Bank)은 현지 주민들과의 접점과 비전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에실리다은행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크고 전국에 지점을 둔 은행이면서 유일하게 해외서도 영업 중인 캄보디아 은행이다. 지역주민들의 개인 사업을 소액자본대출로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조직은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사업계획과 경제에 대한 교육을 해나갔다. 비전과 목표를 모든 직원들과 공유했고 마을 이장과 같은 주민들의 지역조직과도 잘 협력했다.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빠르게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이제 에실리다은행은 라오스와 미얀마를 시작으로 아세안 지역을 아우르는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캄보디아 시내 도로교통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 바자즈(Bajaj)사의 오토릭샤(auto rickshaw)는 현지에서 비일비재한 비효율과 비합리를 플랫폼과 새로운 연료 도입으로 극복한 사례다. 시내 대중교통이 없던 캄보디아에서는 ‘툭툭(tuktuk)’이라는 개조된 오토바이가 서민들의 발을 책임지고 있었다. 가격은 항상 흥정을 해야 했고 지방을 이동하는 사설 택시와 비용이 비슷할 정도로 비쌌다. 오토릭샤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툭툭에 모바일을 통한 호출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접목시켰다. 그렇게 해서 거리에 따른 비용 계산, 사용이 적었던 LPG연료 이용을 통해 효율적인 이동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다. 비효율과 비공식적인 것들이 산재한 캄보디아에서 기회는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캄보디아는 장기적으로 사람에 투자해야 하는 시장이다. 일반 인력의 한 달 인건비가 200달러 내외로 저렴한 만큼 사람으로 인한 휴먼 에러(human error)가 많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캄보디아의 한 해외 유통업체 담당자는 인터뷰에서 서비스 교육이 정말 쉽지 않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잘 되는 곳은 분명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인 교민 가게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조금만 더 똑똑하고 친절하면 앞서갈 수 있는데, 이는 현지에서 기대하는 서비스의 평균 수준이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준보다 아직은 낮기 때문이다.
올해 초 프놈펜무역관은 현지개발사 및 계열업체가 많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이들을 한국의 건설 관련 수출행사에 대거 초청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건설자재 생산업체와 캄보디아 업체의 MOU 행사를 갖기도 했다. 예전에는 저렴한 자재만을 취급해 높은 가격에 손사래를 치던 캄보디아 바이어들이 조금씩 고품질의 한국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프놈펜무역관은 곧 한국 건축자재 로드쇼를 현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향후 점점 더 많은 우리 기업들이 변화하는 캄보디아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현지화와 장기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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