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밑도 끝도 없는 바닥이었습니다. 천천히 올라갈 때도 반신반의했어요. 과연 하늘로 비상할 수 있을까? 거대한 고철 덩어리는 조금씩 궤도를 위로 향하더군요. 강한 바람이 불면 잠시 흔들리기도 했어요. 마침내 꼭대기에 닿았고 잠깐이었지만 승리에 취했습니다. 알다시피 절정은 오래가지 않더군요. 지상을 향해 서서히 침몰할 때 모든 게 끝났다 싶었어요. 다행히도 멀미 나지 않을 만큼 신중하게 내려갔습니다. 조금씩 운명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래도 하늘을 포기하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끝이다 싶은 순간, 고철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했어요. 내 인생에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기회는 그 이후로도 계속됐습니다.
고철 덩어리와 함께 업-다운하는 나 자신이 비루해 보였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창밖의 빛이 보였습니다. 일상의 분주함에 잊혔던 그 빛 상승 하강 곡선과 상관없이 빛나던 그 빛 내 꿈과 상관없이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던 그 빛 한없는 생명력으로 나를 감싸던 그 빛 그 빛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