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온라인을 통한 홍보와 마케팅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되는 시대다. 온라인을 이용하지 않고선 행사에 사람을 모으기도 어렵고 뭔가를 판매하기도 어렵다.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 SNS 광고를 잘 이용해야 효과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이들 플랫폼은 적은 예산으로도 온라인에서 광고효과를 올릴 수 있는 매체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작은 스타트업이 SNS 광고를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효과적인 광고문구와 광고디자인을 만들어야 하고 채널별로 다른 사용방법도 익혀야 하는 등 복잡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다른 할 일도 산더미라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마케터를 채용하거나 온라인광고대행사를 쓰게 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체념하는 곳도 많다.
창업 1년 만에 21개 국가에서 1만개 고객사 확보 아드리엘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회사다.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온라인 마케팅에 어려움을 느꼈던 엄수원 아드리엘 대표는 소상공인이나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최적화된 광고를 만들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에서 광고캠페인을 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로 창업했다. 이런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한 지 불과 1년 만에 서비스를 내놓고 21개 국가에서 1만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57억원이나 투자받았다. 더구나 아드리엘은 엄 대표의 첫 창업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첫 번째 창업인 솔리드웨어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고 제2창업에 도전한 연쇄창업자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 성과를 냈는지 궁금해서 만나봤다. 엄 대표는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화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2007년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 UC버클리에 갔다가 ‘운명의 사람’을 만났다. 석사 방문학자로 같은 학교에 온 프랑스인 올리비에 뒤센 씨를 만난 것이다. 엄 대표는 첫 만남 이후 3년 만인 2010년, 졸업과 함께 결혼했다. 남편은 이후 그녀의 창업 동지가 된다. 남편이 파리에서 박사과정을 마치는 동안 엄 대표도 프랑스 고등경영대학원(HEC Paris)에서 재무학을 공부했고 2012년 그들은 함께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올리버와이만에 입사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좋은 회사였지만 두 달 만에 나왔다. 더 매력적인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험회사인 악사(AXA)의 임원을 보좌하는 자리였다. “연봉이 반으로 줄었어요. 하지만 글로벌기업의 임원들과 일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우겠다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험업계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리고 첫 번째 창업 아이디어까지 얻게 됐다. “보험사는 고객의 사고 확률을 예측해내는 것이 핵심인 비즈니스입니다. 사고를 낼 ‘빈도’와 그 사고에 필요한 보상액인 ‘심도’를 여러 데이터포인트를 가지고 계산해냅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 이 계산 모델이 생각보다 단순하고 활용하는 데이터도 적은 겁니다. 이런 단순 선형 예측 모델에 더 많은 데이터와 함께 딥러닝 등 AI 기술을 적용하면 손해율, 부도율 등을 훨씬 정확히 계산해내 보험사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AI 전문가인 남편에게 물어봤다. 남편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상사였던 악사 한국 지사장에게 얘기했더니 “당신이 나가서 창업해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2014년 8월 솔리드웨어를 창업했다. 첫 사무실은 자택 서재였다. 악사가 첫 번째 고객이 됐다. 그런데 운도 따랐다. 창업하자마자 한국에 핀테크붐이 일기 시작해 혁신적인 금융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당시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인수하며 빠르게 성장하던 옐로금융그룹이 솔리드웨어를 인수했다. 창업한 지 불과 7개월 만인 2015년 초 엑싯(exit)을 경험한 것이다.
광고캠페인 비용 하루 10달러…처음부터 글로벌시장 겨냥 두 번째 스타트업인 아드리엘의 창업 아이디어는 프랑스 휴가에서 얻었다. “유럽의 큰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디지털광고 플랫폼이 진화하면서 자동화돼 대행사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AI가 광고운영을 대신해주고 최적화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엄 대표 자신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디지털광고 캠페인을 직접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창업의 중요한 동기였다. 회사 온라인홍보를 위해 대행사들을 접촉했지만 수백만원 이상의 큰 예산을 쓰기 전에는 상대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롱테일(long tail) 마켓이 비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7년 말 아드리엘을 창업했다. 1년간의 제품개발 끝에 올 초 AI 광고서비스를 선보였다. 아드리엘 홈페이지에 가서 4~5가지 질문에 대답하면 자동으로 광고를 만들어준다. 하루에 10달러라는 적은 비용으로 광고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다. 광고 집행액의 13%를 수수료로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해 영어, 한국어, 일본어로 서비스를 내놨다. “세계 21개국에 바로 고객이 생겼습니다. 특히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현재 직원 16명 중 절반이 개발자다. 그중 프랑스인 4명, 미국인 1명, 브라질인 1명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다국적 팀이다. 엄 대표는 “스타트업에는 다양성이 정말 중요하다”며 “팀원들이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해외진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보통 성장단계에서 많은 고난을 겪는 일반적인 다른 창업자들과 달리 첫 번째, 두 번째 창업 모두 비교적 수월하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는 질문을 했다. 엄 대표는 “물론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성격이 다른 남편과 공동 창업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남편은 기술 총괄, 저는 비즈니스 총괄을 맡으면서 서로 보완적으로 의지하면서 일했습니다. 성격이 달라서 오히려 의사결정을 하는 데 균형이 맞았습니다.” 첫 번째 창업의 경험이 두 번째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솔리드웨어를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에 신뢰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어 아드리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 덕분인지 아드리엘은 창업 이후 단 한 명의 퇴사자도 없다. 엄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다. 정부지원도 좋고 갈수록 비옥해지는 환경의 혜택을 입었다는 것이다. 아드리엘도 네이버의 초기투자기관인 D2SF의 투자를 받았고 정부의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지원도 받았다. 최근에는 선배 스타트업인 우아한 형제들의 투자도 받았다. 한국에 많지 않은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아드리엘이 빠르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순환을 더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