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평양까지 달리는 택시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을 상징했다. 1990년대 중반 가수 신형원이 불러 큰 인기를 끈 히트곡 ‘서울에서 평양까지’도 그중 하나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오만원/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 가는 곳 없는데/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은 왜 못 가”라는 구절에는 가깝지만 분단으로 단절된 남북한의 현실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첫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을 공수해온 뒤 “여기서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말해 웃음보를 터지게 했던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평양 간 거리(195㎞)는 그리 멀지 않다. 사실 택시는 북한 주민들에게 낯선 교통수단이었다. 집단주의체제의 북한에서 개개인의 업무나 이동을 위해 차량과 기사가 배정되고 유류 같은 자원이 쓰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노동당과 군 간부 등 핵심인사가 아닌 다음에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북한의 열악한 교통사정은 승용차를 이용한 이동을 제약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변화가 감지된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나 방북 관광객, 서방 인사들이 촬영한 영상 속에서 평양을 중심으로 택시가 눈에 띄게 늘어난 대목이 드러난다. 최근 한 언론은 방북 인사 등의 전언을 통해 평양에 현재 약 6천대의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평양의 인구가 약 300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요금은 기본거리 4㎞에 200원(북한 ‘외화 원’ 기준이며 공식환율로 약 2달러 수준)이고, 주행요금은 ㎞당 50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택시의 급격한 증가는 중국의 유튜버들이 최근 평양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 속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평양순안국제공항이나 고려호텔 같은 외국인이 주로 오가는 지역뿐 아니라 평양역처럼 북한 주민들이 많은 지역에서도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택시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먹고살 만한 중상류층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아파트와 주말 외식, 스마트폰 등으로 삶의 질을 챙겨온 이들이 이동수단으로서의 택시에 맛 들이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양의 새 쇼핑시설인 광복지구상업중심 앞에는 구입한 생수나 쌀·가전제품 등을 택시 트렁크에 싣는 주민들의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도시나 중국과의 변경지역에서도 적잖이 포착된다.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의 번성과 핸드폰 급증에 이어 택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의미 있는 대목이다. 금기시되던 택시문화의 확산은 북한 핵심층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를 부풀릴 수 있다. 그나저나 1990년대 5만원이던 택시요금은 지금 얼마나 할까. 거리로 환산하면 약 20만원 정도는 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