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노동 개혁을 통해 인구절벽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할 생산성 제고가 핵심과제다.
기업역동성 및 기업가정신 고취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지난 70년간 이어온 국제질서와 세계경제 패러다임이 역사적 갈림길에 섰다.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으로 번지는 G2(미중) 패권경쟁 격화로 글로벌 정치·경제체제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 경제 보복까지 겹치면서 경기침체 먹구름은 짙어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초래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첨단기술 경쟁 격화로 글로벌 헤게모니 쟁탈전은 가열되고 있다.
최근 IMF는 올해 네 번째로 세계 GDP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초호황도 조만간 막 내릴 조짐이고 중국, 일본, 독일을 위시한 EU, 그리고 신흥국 전반에 걸쳐 경기는 악화되고 있다.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과 위안화 ‘포치(破七)’는 외환시장 파장을 키우고 홍콩 시위 사태와 아르헨티나 금융 패닉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미국 연준 금리 인하와 장단기 금리 역전에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첫 2% 이하로 떨어지면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를 키운다.
동시다발로 터진 해외 악재로 한국경제 지표도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 전망을 지난 1년간 6번이나 하향 조정했고 국제기구와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성장률 예상치를 끌어내리고 있어 1%대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수출은 9개월째, 투자는 5분기째 감소하면서 국내 기업 경기 전망도 지난 10년래 최저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주가는 G20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고 원화 가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다음으로 낙폭이 크다. “시장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시장이 던지는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과도한 위기감 조성은 피할 일이더라도 정부의 철저한 위기의식과 치밀한 선제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경기 하향추세 반전을 위해 혁신성장 중심으로의 과감한 정책기조 변경이 필요하다. 기업경영 역동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는 반기업적 규제와 경직적 노동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평화경제’나 경제강국,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나라’ 건설도 경제가 제대로 성장해야 가능하고 대외 리스크 흡수 능력은 경제체질 개선에 달려 있다.
얼마 전 서울에 다녀간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는 전 세계 GDP 대비 부채비율이 2차 대전 이후 가장 높고 금리는 최저수준에 처한 당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위기 대응 여력이 줄어들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추가적 재정·통화 정책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예방 차원에서 경제체질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재정 확대가 필요하더라도 ‘일단 쓰고 보자’식의 무책임은 금물이고 엄격한 재정원칙하에 절제된 집행이 중요하다.
경기 순환적 측면을 넘어 구조적 측면에서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일 또한 시급하다. 현재 2%대로 낮아진 잠재성장률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5년 후 1%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규제·노동 개혁을 통해 고령화·저출산의 인구절벽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할 생산성 제고가 핵심과제다. 기업역동성 및 기업가정신 고취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패러다임 변혁 시대를 맞아 냉철하고 치밀한 국가생존전략과 위기관리능력을 키워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세계경제 파고가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외교·안보 공조는 물론 글로벌 금융경제 협력체제 강화를 통해 방파제를 견고하게 쌓아야 한다. 영국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은 ‘뜨거운 감성’보다 ‘차가운 이성’이 더욱 절실한 때다. 국익을 앞세우는 미래지향적 국가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