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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남웅의 신나는 시네역전의 용사들,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허남웅 영화평론가 2019년 11월호

 

“I will be back.” 〈터미네이터 2〉(1991)에서 명대사를 날리고 갔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씨구~ 도대체 몇 번째인가,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에 이은 세 번째 ‘I will be back’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이하 〈터미네이터 6〉)다.

왕년 멤버의 귀환?
잠깐! 〈터미네이터 6〉를 소개하기에 앞서 ‘터미네이터’가 벌써 6편이라고?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T-800’으로 분해 미래에서 온 나쁜 로봇을 연기했던 원조 〈터미네이터〉(1984)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시리즈 중 유일하게 ‘I will be back’ 안 했던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2009)까지 포함하면 모두 여섯 편이다.
중요한 건 편 수가 아니라 〈터미네이터 2〉 이후 늘어나는 속편에 비해 만족할 만한 완성도와 재미의 작품이 없었다는 것. 까놓고 말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이름값과 이제는 한물간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왕년의 인기를 재현하고자 끊임없이 속편을 발표했던 게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현재의 위상이다.
〈터미네이터 6〉는 이 시리즈의 ‘암흑 같은 운명’, 즉 ‘다크 페이트(dark fate)’를 풀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죽지도 않고 또 온 건, 아널드 슈워제네거뿐이 아니다.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 2〉로 시리즈의 세계관을 완성해놓고 뒤로 물러난 제임스 카메론[〈타이타닉〉(1997), 〈아바타〉(2009) 등]과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이다.
사라 코너, 그는 누구인가? 〈터미네이터〉와 〈터미네이터 2〉에서 인류를 말살하려는 기계에 맞선 인류의 지도자 존 코너, 그를 제거하려고 미래에서 온 나쁜 로봇 T-800과 T-1000을 차례로 물리치는 데 힘을 보탠 존 코너의 엄마이자 여전사다. 그래서 이 배역을 연기한 린다 해밀턴은 원조 여전사이자 걸크러쉬로 평가받는다.
‘역전의 용사들’만 모아놓으면 ‘노장들의 귀환’ 정도로 포장 가능해도 한편으로 ‘노땅들의 잔치’가 될 염려도 있기 때문에 〈터미네이터 6〉에는 이들을 받쳐줄, 아니 이들이 의지할 시리즈의 새 얼굴도 많다. ‘슈퍼솔저’ 그레이스 역의 맥켄지 데이비스와 새로운 인류의 희망 대니 역의 나탈리아 레이즈가 그들이다.

예전 이야기의 귀환?
멕시코의 어느 대교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번쩍번쩍 우르르 쾅쾅하더니 벌거벗은 사람 하나가 툭 땅에 떨어진다. 그레이스다. 잠시 후 멕시코 어느 가정집 마당에 기상이변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또 다른 벌거벗은 사람 하나가 툭 하늘에서 떨어지다가 10점 만점의 기술로 완벽히 착지한다.
하나는 툭 땅에 떨어지고, 또 하나는 안정되게 착지하고, 이 둘의 차이는 하나는 인간이면서 강화 신체 이식을 받은 슈퍼솔저고 또 하나는 T-800과 T-1000의 특징을 모두 갖춘 것은 물론 자기 복제와 인간 시뮬레이션 능력까지 장착한 신개념 터미네이터라는 점이다.
그러니, 그레이스는 혼자서 신개념 터미네이터 ‘Rev-9’를 막기에 힘이 달린다. 게다가 홑몸도 아니고 새로운 인류의 희망 대니를 Rev-9의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이고 뭐고 나 다시 미래로 돌아갈래~ 힘에 부치던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사라 코너가 Rev-9를 무자비하게 몰아붙인다.
원조 터미네이터는? 〈터미네이터 6〉가 여느 속편과 차별을 꾀하는 지점인데 인류가 아직 기계의 지배를 받지 않은 동안 은둔하면서 인간적인 감정이 생겼단다. Rev-9가 T-800과는 또 다른 미래에서 현재로 왔다는 설정까지 더해 어떻게든 〈터미네이터 6〉를 만들려는 제작진의 노고가 안쓰럽기는 무슨, 시리즈 단물 빼려고 용을 쓰는 게 느껴지는 억지로 갖다 붙인 설정이다.
그래도 시대정신 하나는 확실해서 이 영화의 좋은 분과 나쁜 놈의 구도는 각각 소수자와 기득권의 형태로 전개를 가져간다. 그러니까, 기계에 맞선 인류의 저항이 사라 코너와 그레이스와 대니의 여성들과 언제적 아널드 슈워제네거라고 백발 성성하고 주름살 자글한 ‘할배’ 터미네이터의 조합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터미네이터 6〉는 지금 한국 문화의 트렌드 중 하나인 ‘90년대의 귀환’이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를 현대에 맞게 변주한 형태로 젊은 세대와 공유하고, 그럼으로써 ‘우리 아직 죽지 않았어’ 호기롭게 허세 부릴 수 있는 최신 유행의 이벤트. 〈터미네이터 6〉의 의미는 딱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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