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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꽃보다 아빠작별인사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2019년 12월호



쌍둥이들의 첫돌이 조금 지났을 무렵 강릉으로 여행을 갔다. 모처럼의 여행인지라 저녁을 먹으러 제법 이름난 횟집을 찾아갔다. 아이들 이유식 떠먹이느라 우리 부부는 맛난 회를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것 같다.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중년 부부가 우리 아이들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쌍둥이들이 귀여워 그러시는가 보다 하면서도 괜히 두 분께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주머니가 흐느끼며 눈물을 쏟았다. 아저씨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아주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나갔다. 한참이 지나 자리에 돌아온 두 분의 눈가는 여전히 젖어 있었다. 식당을 나오면서 우리 부부는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두 분은 전혀 아니라고 외려 당신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그분들과 헤어졌다.
두 분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날의 기억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3년 전 이 칼럼 연재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도 그분들이 떠올라 조금 망설였다. 아무리 쌍둥이 키우는 게 힘들다 엄살을 피워봤자 결국 행복에 겨운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불특정 다수 독자에게 쏟아내도 되는 건지,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리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다. 잠시 고민했지만 칼럼을 쓰기로 했다. 강릉에서 만난 그분들도 우리 부부가 쌍둥이들을 잘 키워가기를 틀림없이 응원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당시 육아휴직으로 수입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원고료가 탐났던 것도 부인할 순 없다).

육아칼럼이 갖춰야 할 미덕은 무엇일까. 저출산 시대, 아이를 낳아 기르는 행복을 널리 알리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의 집 애 키우는 이야기를 읽고 나도 아이를 낳아볼까 생각할 사람이 과연 있겠나. 여전히 드문 육아휴직 아빠의 사례를 공유하는 게 보다 공평한 육아분담과 양성평등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육아휴직이 어디 개인의 의지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인가. 나는 여러 면에서 대단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매달 마감을 앞두고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했다. 거창한 메시지 따위 남길 생각일랑 관두자, 쌍둥이들 커가는 모습이나 기록하자, 마감 펑크나 내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렇게 뻔뻔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기자에겐 직업병이 있다. 마감이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한다. 쌍둥이들이 태어났을 때 육아일기를 쓰겠다고 새 파일을 만들었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 『나라경제』 덕분에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달마다 글로 남길 수 있었다. 첫 칼럼에 실린 아이들 사진을 보면 어느새 이렇게 많이 컸나 싶다가도, 오늘도 몇 번이나 울며 떼쓰는 걸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싶기도 하다.
그동안 시시한 글 읽어주신 독자들과 소중한 지면을 내주신 『나라경제』 편집실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특히 매번 인쇄 직전에야 아슬아슬하게 마감한 불량필자 때문에 마음 졸였을 홍성아, 조우리 연구원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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