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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호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보자
서강석 KOTRA 호주 시드니무역관장 2020년 01월호

 

 
호주는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나라이자 투자도 많이 받는 나라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9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멜버른이 2위, 시드니가 3위, 애들레이드가 10위를 차지한 바 있고, 해외에서 호주로 유입된 직·간접 외국자본투자는 2018년 3조5,144억호주달러에 달했다.
시드니무역관을 방문한 지방 소재 한 중소기업 사장으로부터 왜 호주가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들어봤다. 호주의 제도나 시스템, 안정성, 인프라, 노동환경, 삶의 질, 기후 등을 종합해보면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에 비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시드니의 한인 동포들은 우스갯소리로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호주는 재미없는 천국”이라고 한다. 그만큼 호주의 일상은 아기자기하다. 법만 잘 지키면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 살기 편하고, 호주 일간지의 기사는 한국과 달리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특별우대 없이도 큰 수익 낼 수 있는 시스템
영국의 죄수들이 만든 호주가 어떻게 가장 살고 싶은 나라가 됐을까? 호주의 이민 역사는 230여년에 불과하다.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 급증하는 죄수들을 수용할 수 없어 1788년 호주로 이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의 호주는 전체 인구의 30%가 외국 이민자들로 구성된 모자이크형 다문화사회다.
호주인들은 매우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다. 법과 제도를 잘 만들었고 그 법을 철저히 지키는 높은 준법의식이 있다. 세금을 잘 내고 교통질서를 잘 지키며 양보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오늘날 호주를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 호주는 개인소득세 외에는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상속세, 양도소득세도 거의 없다. 정부나 회사는 정년이 없어 원하면 계속 일할 수 있고, 청년 취업도 공개채용보다는 수시로 인턴으로 시작해서 정규직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노동시장이지만 노사갈등이나 분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호주로 유입되는 외국인은 연간 52만명에 달한다. 호주 정부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줄이기 위해 이민법을 강화해 부족직업군이나 필요한 기술인력만을 수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민 수요는 오히려 더 증가하는 추세다.
호주에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특별우대나 현금지원 같은 제도도 없다.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하고 있지만 금융, 부동산, 인프라 투자 등 어느 분야든지 투자수익률이 높은 자유시장경제가 잘 작동해 예측 가능한 시장경제를 만들었다. 우리 기업들이 광산개발(석탄, 철광석, 아연 등), 천연가스, 목축농장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경이의 대지 호주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매일 호주의 주요 뉴스를 장식하는 큰 이슈는 산불 피해다. 호주는 면적이 우리나라의 77배에 달하고, 이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 면적과 거의 같다. 2019년에 뉴사우스웨일스주만 해도 95건의 산불로 400만ha가 탔다. 시드니도 10여년 만에 검은 연기로 뒤덮였지만 산불이 난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소방차나 헬기로도 진압이 용이치 않다.
한국의 드론기업들은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 나로민(Narromine)시, 찰스스터트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호주 내륙도시 더보(Dubbo) 인근에 드론농업기술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우리의 드론기술로 호주에 산불 조기경보와 초기 방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호주의 최대 현안인 산불과 가뭄을 해결하고 우리 기업의 먹거리를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호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고기다. 호주의 산업별 경쟁력지수를 보면, 농업기술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호주는 우수한 소고기, 양고기, 와인 외에도 질 좋은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는데 한국은 5대 호주산 농산물 수입국 중 하나다.

수소경제, 희토류 개발 등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가능
한편 중국 민간기업의 대(對)호주 투자는 그동안 호주 정부의 반대로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중국 부자들의 호주 러시와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서다. 중국 기업이 남한만 한 크기의 농장을 사려다가 호주 연방정부의 미승인으로 무산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롯데상사가 2019년에 퀸즐랜드주에 있는 샌들우드 비육장을 인수했지만 아직 우리 기업의 호주 농업, 특히 목축에 대한 투자는 시작에 불과하다. 비육장, 도축시설, 종자개량, 도소매 유통망, 비육용 사료 제조 등 농업과 수산물 양식 등에 아직도 투자 기회가 많다. 우리의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나아가 우리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기회, 퇴직인력의 활로를 찾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진 우리 청년 3만명이 단기 체류에 그치지 않고 호주에서 영주권과 연계한 장기 취업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경기를 보면 수출과 투자유치가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취업지표, 국내 제조업 경쟁력, 신규고용 등이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사드보복, 일본의 수출규제, 북한의 도발, 미국의 방위비 인상요구 등으로 위기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의 돌파구로 우리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비켜 있는 중요한 나라가 바로 호주다. 우리의 제조업, IT 기술, 근면성에 호주의 금융, 컨설팅, 혁신적 연구개발 및 서비스, 법적·제도적 장점, 풍부한 지하자원, 농업 잠재력이 합쳐지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호주는 상생협력의 동반자로 너무나 적합한 나라다. 시장 규모로 보면 신남방의 어느 나라보다 큰데도 단순히 인구로만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한국은 호주에서 주로 철광석, 유연탄, 아연 등 광물개발 투자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투자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은 호주에서 2위 투자국이다. 최근 아사히맥주가 160억달러에 호주 최대 맥주회사 VB 등을 인수했다. 한국의 대호주 투자도 다양하게 확대돼야 한다. 수소경제, 인프라 개발, 방위산업, 희토류 개발, 핀테크, 에너지와 자원협력, 스타트업과 창업, 호주 내륙투자 진출 등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고 절실하다. 매년 개최되는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가 지난 11월에도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돼 양국 간 경제와 투자협력에 대한 많은 의제가 논의됐다. 이러한 논의가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도록 민간 부문 협력이 양국 정부 간 구체적 협력으로 지속 확대돼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양국의 농업 및 과학기술 연구소 간 공동연구를 심도 있게 수행하고 협력 과제와 결과물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경제는 기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와 4차 산업으로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호주에 숨어 있는 미래 먹거리는 제로섬 게임의 국내 일자리가 아닌 새로운 해외 일자리 창출, 더 나아가 호주 내륙 지방경제를 살리는 상생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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