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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우리 시대의 건축정책, 그리고 공공건축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2020년 02월호


우리 시대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에 부응하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 디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위한 좋은 정책연구의 실체는 또 무엇일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의 26개 국책연구기관 가운데 가장 늦게 설립돼 올해 13년 차를 맞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는 상대적으로 아직 어린 막내 격이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AURI는 연구소의 영문 이름인 ‘Architecture and Urban Research Institute’의 앞 철자를 딴 약칭이자 애칭이다. 좋은 건축과 도시공간 디자인으로 우리 생활환경의 품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AURI에서는 연구자들이 오늘도 열심히 정책연구를 펼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쟁 이후 196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압축성장의 시간을 격렬히 겪어내며 스스로를 찬찬히 뒤돌아볼 여지없이, 효율적이고 일률적이고 급박하게 그리고 때론 거칠게 우리의 건축도시공간을 생산해왔다. 더 크게, 더 빠르게, 더 값싸게, 더 많이, 단번에 지어내며 당대의 개발 수요에 대응해야 했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선택지의 가능성을 찾지 못했고 동시에 찾지 않았기에 그 결과물로서 우리는 지금의 도시풍경을 맞게 됐다. 이것이 우리 자신의 일부임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한편 이전 시대와 달리 개발 위주로만 치닫던 우리 도시의 거친 모습에 대해 커져가는 개개인의 불만과 아쉬움은 국민소득이 대략 2만달러에 다다를 즈음에 보다 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이르면서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 디자인에 대한 다양하고 세세한 요구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바람직한 건축정책의 실체는 2007년 「건축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여러 정책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공공건축 지원체계도 마련해 좋은 건축의 정책 현장 실현을 도모했다. 작게는 지역 우체국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중앙정부청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5천개 정도의 새로운 공공건축물이 국가 예산으로 건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체육관, 주민센터 등 소소한 공공건축물이 이제 주민 일상의 편의를 위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담아내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나며 공간복지를 구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어지는 건물의 누적 총량 가운데 공공건축물은 전체의 2.93%로 약 21만동을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건축시장의 규모는 150조원(2016년 기준)이며 이 중 공공건축시장은 약 10%인 15조원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으로 지역밀착형 생활SOC 사업 추진 등으로 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AURI는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 따라 설계비 1억원이 넘는 모든 공공건축물에 대해 사업 규모, 입지 등 배치 계획, 공간시설 계획을 사전에 검토하며 좋은 건축이 생성되도록 초기 단계에서부터 노력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무대이자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공간으로서 공공건축이 잘 구현되도록 지원하는 것은 이제 국가의 피할 수 없는 의무이고, 이를 요구하고 향유하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권리다. 『나라경제』 독자들께 우리 집과 동네 가까이에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체육관, 혹은 주민문화센터에 나가보시길 권해본다.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힘써 탈바꿈하고 있는 공공건축을 만나보고, 그  경험이 다시 AURI와 공유돼 연구의 새로운 순환체계가 작동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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