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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동승중개 플랫폼 ‘반반택시’로 심야 승차난, 장거리요금 부담 해소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20년 02월호




밤늦게 강남이나 광화문 등 시내에서 귀가하려다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카카오택시 앱을 써도 잡히지가 않는다. 기사들이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우는 데다 근본적으로 심야에 택시를 잡으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못해서다. 어떻게 하면 택시 공급을 늘리지 않고도 심야에 택시가 잘 잡히도록 할 수 있을까. 또 승객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장거리 택시비를 절약하면서 택시기사의 수입은 늘릴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이런 문제를 풀고자 도전한 창업가가 있다. ‘반반택시’의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다.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꿈꾸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한국에서 가장 뜨거우면서도 갈등이 심한 택시업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혁신의 실험장’ 규제 샌드박스의 모빌리티 분야 1호 사례로 선정돼 택시 동승 플랫폼 실험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반택시는 국내 유일의 동승중개 플랫폼입니다. 택시를 잡기 힘든 심야시간대에 승객은 저렴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고, 택시기사는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반반택시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을 연결해 함께 타고 가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합승’으로 오해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반반택시는 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합승’과 달리 고객이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동승’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강남역에서 용인 수지 동부아파트까지 간다고 했을 때 택시비로 2~3만원은 내야 한다. 그런데 반반택시를 이용해서 비슷한 경로로 가는 승객과 동승하면 최대 50%까지 운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3천원의 호출료를 내면 된다. 택시기사의 입장에서는 승객이 각각 3천원씩 낸 호출료 중 5천원을 추가수입으로 올릴 수 있다. 1천원은 반반택시가 중개수수료로 가져간다. 승객과 기사가 윈윈(win-win)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한밤중에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타고 가냐, 위험하지 않겠냐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이에 김 대표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만 동승하도록 돼 있고 심지어 좌석까지 앞뒤로 따로 지정해준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사실 이렇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끼리 동승하면서 비용을 아끼는 승차공유 서비스는 우버풀(Uber Pool), 리프트 라인(Lyft Line) 등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지 오래다. 필자도 해외출장을 갈때마다 자주 이용할 정도다.
김 대표는 어떻게 이런 사업을 시작했을까.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99학번이다. 입학하자마자 전 세계적인 벤처붐이 일어났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며 누구나 창업을 얘기하던 시기였다. “전산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며 신림동 반지하에서 과외중개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재학증명서를 떼 등기로 보내서 재학 여부를 확인하는 대신 학교 이메일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편리성을 높였죠. 단기간에 700명을 모아서 작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당시 같이했던 멤버들 중에서 카카오 초기멤버 등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많이 나왔다. 반면 김 대표는 산업공학과로 석사과정을 마치고 통신 대기업에 들어가는 안정적인 진로를 택했다.
통신사에서는 모바일 플랫폼 개발 매니저로 일했다. 창업으로 성공한 친구들을 자주 만나며 그는 자신이 두 번의 큰 기회를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로 닷컴시절에 창업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등장해 모든 것이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기에 엄청난 파도가 밀려왔는데 그 기회를 또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17년 더 이상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어디에 기회가 있을까 살펴보니 인공지능, 모빌리티, 블록체인 등의 영역이 눈에 들어왔다. 이 중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창업하기로 했다. 당시 카풀 규제 문제 등으로 카카오를 비롯해 ‘풀러스’나 ‘럭시’ 등 많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택시업계와 대립 중이었다. “하나쯤은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회사가 나와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018년 회사를 나와 그해 9월 법인을 설립했다. 택시를 이용한 동승 플랫폼으로 시민의 심야 승차난, 장거리요금 부담을 해소하고 택시업계를 위한 상생의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 찾아간 서울시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합승으로 신고를 당하면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게다가 두 명의 승객을 각기 찾아 태우는 수고를 해야하는 택시기사에게 현행법상으로는 1인 호출요금인 3천원 이상을 지급할 수 없었다. 택시는 철저한 요금 규제를 받는다. 이래서는 택시기사들이 반반택시를 이용할 리가 없었다.

규제 샌드박스로 얻은 사업기회출시 당시부터 큰 관심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2018년 말 우연히 규제 샌드박스 관련 공고를 보게 됐다. 새로운 사업모델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도전했다. 쉽게 통과되지는 않았다. 첫 번째 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19년 7월 17일 ‘앱 기반 자발적 택시 동승중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모빌리티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이 서비스에 한해 플랫폼의 호출료를 밤 10시부터 12시까지는 4천원으로,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6천원으로 올려서 받을 수 있는 실증특례를 부여받았다. 다만 승차난이 심한 서울의 6개 권역에서 출발하는 택시에 한정됐다. 또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동성만 매칭하고, 이용자는 실명 가입하도록 하며, 강력범죄 위로금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조건이 붙었다.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사들은 택시친화적인 반반택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2월까지 호출은 25배 정도 늘어나 3만6천여명의 고객이 반반택시를 이용했다. 반반택시 플랫폼에 들어온 택시기사도 이제는 8천명가량 된다. 장거리 이용고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단거리 매칭 성공률도 45%까지 나온다. 김 대표는 단거리 승차난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평균적으로 1만3천원 정도 요금할인을 받았고 기사님 중에는 월 37만원의 추가 수입을 올린 분도 있을 정도입니다.”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언론의 주목도 크게 받아 반반택시를 알릴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티비티와 본엔젤스 등으로부터 12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이다.
아쉬운 점은 없냐고 물었다. “현재는 서울 12개 구에서만 출발이 가능하고 시간도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만 한정돼 있습니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실험해볼 정도로만 허용해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효용성이 있다고 증명되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확장을 허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더 활성화되고 안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쉽지 않은 택시와의 상생모델에 도전하는 반반택시. 꼭 성공해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가치도 증명해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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