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과 초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시절이 돌아왔다.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란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는 효과를 보겠지만, 사회적으로는 일회용 마스크를 생산·소각하거나 공기청정기에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더 늘어날 뿐이다.
공기오염 하면 중국, 경유차, 화력발전소 등을 떠올리지만 실은 실외공기가 실내공기보다 최대 100배나 더 깨끗하다. 게다가 실외 노동자를 빼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는 나처럼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인간도 따뜻한 실내로만 움츠러든다. 미세먼지 위험 경보 때의 수치가 약 100~300㎍/㎥인 반면 실내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3천㎍/㎥까지 치솟는다. 그러니 건강만 따지자면 미안하게도 고등어가 경유차보다 더 문제적이다.
실내공기 오염요인에는 음식을 굽거나 튀길 때 배출되는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벽지와 장판 등의 내장재와 새 가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석면과 땅에서 발생하는 라돈, 화장품과 생활세제 속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이 있다. 오염된 실내공기를 들이마시면 유해물질이 폐포를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우리 몸속에는 테니스 구장보다 더 넓은 표면적을 가진 폐포가 들어 있다.
실내공기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해물질의 원인을 줄여야 한다. 내장재와 가구는 친환경 인증 제품(환경마크 및 SE0, E0 등급), PB나 MDF 대신 원목이나 집성목 소재가 좋다. 좀 비싸도 두고두고 쓸 물건이니까. 실내장식과 물건을 줄이는 단순한 삶도 좋다. 인테리어 내장재가 많을수록 유해물질도 많이 나온다. 화장품과 세제의 경우 사용하는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유해성분이 들어 있지 않고 향이 없는 제품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섬유유연제 대신 구연산이나 식초를 사용하고, 섬유유연제 중에서도 향기가 강한 향기캡슐 제품을 거절하는 식이다. 화장품은 ‘화해’라는 앱에서, 세제는 ‘화원’이라는 사이트(www.hwawon.net)에서 성분의 유해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실내에 퍼진 유해물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환기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있는 날에도, 공기청정기와 진공청소기를 돌릴 때도, 이불 밖은 위험한 추운 날에도 환기를 하자. 단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환기 후 물걸레 청소를 한다. 환기는 하루 3번 30분 정도, 오염물질이 아래에 쌓이는 밤과 새벽을 제외하고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맞바람이 치도록 멀리 떨어진 창문을 동시에 열어놓고 한다. 겨울철에는 실내외 온도 차가 커서 공기 순환이 빠르므로 잠깐만 환기해도 효과적이다. 영하로 떨어진 날에는 2~3시간 간격으로 2분씩 창문을 열거나 베란다 바깥 창문을 1cm 정도 열어둔다. 실내공기도 건강해지고 열이 고루 퍼져 난방에 효율적이며 창문 주위 결로를 예방한다.
또한 요리하는 동안엔 창문을 열고, 튀기기보다는 찌거나 데친다. 이에 더해 실내에 식물을 키우면 습도 조절과 유해물질 정화에 좋다. 하지만 효과를 보려면 실내면적의 10%를 차지할 만큼 식물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42%는 숲이 흡수하는데, 나무 한 그루가 일 년에 에스프레소 한 잔만큼의 미세먼지(35.7g)를 제거한다. 나무를 심고 공원을 지키고 일회용 젓가락과 휴지, 불필요한 인쇄를 줄일수록 미세먼지가 줄어든다. 결국 미세먼지든 미세플라스틱이든 인과응보처럼 돌고 돌아 우리 몸에 돌아온다. 고등어는 죄가 없고 우리에게 죄 있을진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부득부득 환경을 살리는 실천에 참여해야 한다. 아참, 오늘 아침 환기는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