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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염승선의 브랜드텔링귀엽고 재미있는 나만의 미니
염승선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저자 2020년 02월호

 

1956년 수에즈 운하의 이권을 놓고 일어난 제2차 중동전쟁으로 영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석유파동까지 이어지며 경기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소형 자동차들이 하나둘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자동차회사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의 레너드 로드 회장은 소형 자동차 시장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음을 예상했다. 먼저 시장에 출시된 소형 자동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엔지니어에게 ‘크기는 작지만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충분한 실내공간에 연비는 높고 가격은 저렴한 자동차’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을 내렸다.

본질에 집중하며 탄생한 궁극의 자동차
엔지니어 알렉 이시고니스는 자동차의 공간과 연비를 위해 핵심적인 부분은 효율적으로 바꾸고 나머지 부분은 바꾸거나 버렸다. 세로로 놓던 엔진을 가로로 바꾸면서 엔진룸의 나머지 공간에 부품을 창조적으로 배치하고 앞바퀴를 굴러 구동하도록 만들어 차체 길이가 짧아졌다. 계기판, 외장 패널, 손잡이 등 필요 없는 부분은 모두 없애면서 무게를 줄였다. 그런 만큼 제작비용도 낮아지고 연비도 좋아졌지만 기존에 시장에 출시된 소형 자동차들과는 다른 외관을 갖게 됐다. 마침내 1959년 작지만 세련된, 하지만 차내 공간이 넓어 성인 4명이 탈 수 있는 ‘미니(MINI)’가 출시됐다. 제작비용 감소로 합리적인 가격에 연비마저 높은 미니는 출시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궁극의 간결함으로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춘 미니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만큼 패션과 음악, 영화에 빈번히 등장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패션 디자이너 메리 퀀트는 자신이 디자인한 짧은 길이의 치마에 타고 다니던 미니를 붙여 ‘미니스커트’라 명명한다. 짧은 뱅 헤어스타일,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은 첼시룩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 여심을 사로잡았고 공교롭게도 영국은 이 시기 세계 패션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씨앗과도 같다. 실하고 튼튼한 씨앗 하나가 나무가 되고 숲을 만들어가듯 브랜드의 알차고 건강한 핵심가치는 성장하고 진화하며 사람들과 더불어 브랜드 생태계를 만들어가지만 반대로 겉만 번지르르한 가치는 쭉정이처럼 힘없이 사라져 버리는 신세가 된다.
미니가 제안하는 ‘미니 리빙’은 미니를 설계할 때 이시고니스가 추구했던 ‘공간의 창조적 활용’과 ‘설치 공간 최소’라는 두 가지 핵심가치를 원칙에 두고 기존 생활방식으로 생긴 도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다. 미니의 성공을 가져왔던 핵심가치가 현재에 이르러서는 라이프스타일까지 파고들며 진화하는 모양새다.

‘재미’라는 경험을 더하다
자동차라는 상품의 본질에 집중한 미니는 서스펜션마저 가벼운 소재인 압축 고무를 선택해 접지력과 부드러운 핸들링을 확보했지만, 승차감은 좋지 않았다. 미니의 승차감은 흡사 차체도 없이 최소에 가까운 구성요소로 바닥에 거의 닿을 듯하게 만들어진 레저용 모터스포츠 고카트(go-kart)에 가까운 승차감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접지력과 핸들링, 땅의 굴곡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승차감을 가진 미니에 또 하나의 경험을 더한 사람은 원개발자 이시고니스가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 원’의 경주용 차량을 만드는 등 최고의 튜닝 실력을 갖춘 ‘쿠퍼 카 컴퍼니(Cooper Car Company)’의 존 쿠퍼는 미니가 랠리용 차량으로 개조되면 최고가 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다. 존 쿠퍼의 의견에 이시고니스는 반대했지만 존 쿠퍼는 개조를 단행했고 그 결과 범퍼와 앞바퀴 중간축이 무척 짧아져 핸들링에 차체가 빠르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렇게 튜닝된 미니는 출전한 랠리에서 3번의 우승과 여러 번의 상위권 등극으로 명성을 얻게 됐고 ‘미니 쿠퍼’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높인 미니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니의 핵심가치엔 ‘재미(fun)’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한다. 미니를 운전하면 내가 움직이는 대로 차가 반응하고 고카트를 탄 것 같은 전율을 온몸으로 느껴 마치 차와 내 몸이 하나 된 듯 운전하는 이에게 재미를 줬다.
미니가 튜닝을 통해 만들어진 퍼포먼스로 운전하는 재미를 줬듯이 미니의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에 각자가 가진 창의력으로 ‘나만의 미니’를 만들며 만족해했다. 당대 유명 아티스트인 비틀스, 트위기부터 1994년 BMW에 인수된 이후 현재까지도 그림, 패턴, 국기 등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표현으로 특별한 미니가 만들어지고 있다.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자아 표현적 편익은 브랜드에 애정이 있어야 수반될 수 있는 편익이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태생적인 핵심가치를 그대로 이어가는 미니에 대한 마니아들의 각별한 애정은 영국에서 전 세계로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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