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R. 루스(Henry R. Luce)와 브리튼 해든(Briton Hadden)은 미국 코네티컷주의 기숙학교 하치키스 스쿨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이 둘은 많은 부분에서 달랐지만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일에 쏟는 열정만큼은 같았다. 루스는 『하치키스 리터러리 먼슬리』라는 잡지를 통해 당대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집으로 엮어 발간했고, 해든은 국제뉴스를 다룬 『하치키스 레코드』를 만들어 신문 읽을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뉴스를 압축해서 쉽게 전달했다. 서로의 잡지를 편집해주던 둘은 졸업하고 나란히 예일대에 입학,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캠프 잭슨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다. 늘 함께한 이들은 틈만 나면 저널리즘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서로 장점은 배우고 부족한 점은 채워줬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두 사람은 1922년 14개의 일간지가 앞다퉈 경쟁하는 뉴욕 한복판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잡지를 발간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소중한 당신의 시간
1922년 뉴욕은 경제부흥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다종다양한 간행물이 쏟아져 나왔고 읽고 습득해야 할 정보가 넘쳐났다. 루스와 해든은 읽을 정보가 많아 시간이 부족한 이들이 집약된 정보를 빠르게 읽고 효율적으로 습득해 지식화할 수 있는 주간지를 만들기로 했다. 짧은 기사를 다룰 섹션들로 지면을 나누고 기사는 중요도에 따라 배치했다. 무엇보다 사실에 입각한 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역사에 조예가 깊고 지리에 밝은 여성들로 구성된 ‘팩트체킹(Fact Checking)’ 팀이 편집 과정 중에 정보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커버스토리로 선정하고 표지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목탄화로 그려 넣은 첫 호가 1923년 3월 3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호는 ‘바쁜 사람들이 한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는 의미로 ‘타임(TIME)’이라 정했다. 상단 중앙에 미려한 글자체로 쓰인 ‘TIME’이란 단어는 새로 탄생한 주간지의 차별화된 모습이기도 했으며 독자들의 가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브랜드 가치가 브랜드를 찾는 이들의 가치에 맞닿아 있다면 브랜드의 정체성은 확고해지고 견고해진다. 정체성은 브랜드만 주장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하는 이들의 동의와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각 정체성은 공감대를 형성한 가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가판대 위 무수히 많은 정보지 사이에서 주목성을 높이기 위해 1927년엔 커버 전면을 빨강 테두리로 감쌌다. 이후 빨강 테두리는 『타임』의 가장 강력한 시각적 정체성이 됐고 빨강 테두리의 의미에 대해 묻는 여론조사에서 ‘빨강 테두리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라는 결과가 나왔다.
역사가 되는 뉴스메이커의 시간
『타임』은 독자들이 집약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건이 일어난 역사적 배경과 사건의 개연성으로 정보의 맥락을 만들고 그 안에 이야기를 이끄는 뉴스메이커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그의 장점과 결함, 행동방식, 습관 등을 비롯해 표정 하나까지도 글로 표현했다. 사건의 맥락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뉴스메이커는 현재의 사건을 이해함과 동시에 미래도 예측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사건을 써 내려간 독특한 『타임』의 시선은 뉴스메이커의 시간이 곧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1927년 우연한 기회에 『타임』이 기획한 ‘올해의 인물’은 그동안 사건 속 인물 묘사에 탁월함을 보여줬던 데 힘입어서인지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 매년 한 인물을 선정해 인류에 기여한 모습을 담아 보여주며 또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1999년 12월 31일엔 ‘세기의 인물’로 아인슈타인을 선정했고, ‘타임 100’은 인류에 영향력을 끼친 다양한 분야의 100인을 선정해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인류에 기여하며 써 내려간 역사를 보여준다.
21세기에 들어선 『타임』은 늘 변화하고 진화했다. 독자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은 바로 없애고 독자들의 선호에 맞춰 트렌드와 습관 등의 변화를 관찰하며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했다. 변화와 진화의 가장 중심엔 늘 ‘빨강 테두리 안에 놓는 것의 가치’를 염두에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훌륭한 가치를 가진 브랜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삶을 목격하고 공존하며 사람들 곁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한 브랜드는 항상 그들을 관찰하고 그에 따라 변화하며 생명력을 잃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며 하나의 문화가 되기도 한다.
뉴스메이커가 역사의 한 부분을 만들어가는 동안 한편에서 그들의 시간을 목격하고 생생히 기록한 『타임』은 이제 단순한 주간지를 넘어 97년간 한결같이 뉴스메이커의 7일을 쌓아 만든 하나의 역사서가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