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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서의 문장들글쓰기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저자, 에세이스트 2020년 03월호
 
북토크나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작법서를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나 역시 많은 사람을 붙잡고 묻고 싶은 질문이라는 점은 잠시 접어두고, 아니, 한 권이라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요. 세상에 글쓰기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이고 거대한 의문에서 출발하는 책부터 글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문장’에 관해서만 다루는 책까지 그 범위도 넓고, 에세이, 장르소설, 웹소설, 서평, SNS 글쓰기 등 그 장르 또한 다양하다. 그래도 질문을 받았으니 답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우선 떠올리는 책들은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대작가들의 집필방법이라든지 ‘글쓰기의 정의’ 같은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것들보다는, 당장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읽을 만한 한 편의 글로 변환시키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이나 구조를 짜는 문제들이 늘 훨씬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고른 한 권의 책이 잭 하트의 「논픽션 쓰기」다. ‘퓰리처상 심사위원이 말하는 탄탄한 구조를 갖춘 글 쓰는 법’이라는 부제처럼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25년간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며 필진과 편집자들에게 직접 글쓰기를 가르쳐 다수의 퓰리처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저자가 “이 책이 실용서로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글쓰기 현장에서 한 번쯤 부딪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을 총집결해놓은 책이다.
보다 긴장감 있게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조를 시각화하는 방법, 제공할 정보와 빼버릴 정보를 과감히 선별해서 글을 날렵하게 쓰는 요령,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만이 능사가 아니라 1차원적인 캐릭터를 필요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방법 등 소설부터 에세이까지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지혜들이 풍부한 예문과 함께 우리를 매력적인 글쓰기의 세계로 이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전시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사람의 이미지가 저장돼 있다. 한마디의 묘사만으로도 그중 한 장을 단박에 끄집어낼 수 있다. 묘사가 너무 자세하면 오히려 이 과정을 방해한다. 울프는 “세세한 묘사는 본래의 목적을 해치기 쉽다. 이미지를 만들기보다 흩어 버리기 때문이다. 만화 정도의 윤곽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 p.216

「뉴욕 타임스」에 실린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영화 대본을 갖고 있어서 “각 장면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 행동하는 방식이 결정된다”고 한다. - p.35

여담이지만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왜 글을 써요?” 그렇다. 사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바로 앞의 문장을 인용했다. 각 장면을 어떻게 그리는지, 그러니까 글을 어떻게 쓰는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행동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된다. 나는 가끔씩 글의 그 정확한 투명성에 소름이 끼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겠지만,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곁에 있는 건 없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이제는 둘 중 뭐가 이유이고 결과인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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