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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평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서려면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2020년 04월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세계보건기구(WHO)도 결국 3월 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OPEC 플러스의 감산 합의 결렬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30% 가까이 급락하면서 전 세계 주식이 폭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과거와 달리 실물경제 둔화가 금융불안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시점에 유가가 하락하고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미중 간 무역분쟁과 신보호주의의 강화로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률도 최소 0.2%p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우 무디스가 1.4%, 골드만삭스가 1%로 올해 성장률을 수정 전망할 정도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 국가 주도의 부실자산 매입과 자본 확충, 총수요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감염 공포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인적 이동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대응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0.5%p 전격 인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3천억달러에 달하는 강력한 급여세 감세안을 제시했지만 그 효과가 하루도 채 가지 못했다. 감염병의 조기종식 없이는 적극적 재정정책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태 수습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감염병을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코로나19의 조기종식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소비부진의 원인이 소득부족보다는 감염 공포에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 지급과 같은 소비 진작을 위한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재정만 악화시키고 오히려 전염을 확산시킬 위험도 있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방역과 피해산업에 대한 신속하고 직접적인 지원이다. 향후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 발병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항공, 관광, 식당, 문화산업 등 매출이 급감한 분야에 대한 신속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은 물론 피해산업이 적기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와 요건을 간소화해야 한다. 11조7천억원에 달하는 추경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6조원 이상의 추경 증액이 요구되고 있다. 과감하게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기와 내용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위기를 경제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급작스럽게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온라인교육이 불가피해졌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원격진료와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위기상황이 몰고 온 새로운 경험은 ‘독(毒)’이 될 수도 있고 ‘득(得)’이 될 수도 있다. 이 와중에 국회는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증자를 가능하게 하는 소위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린 결과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과감한 규제철폐를 통해 혁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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