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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즐거운 불편을 부르는 에고에고, 에코라이프면 생리대 20년 차···써보면 압니다, 진정한 ‘프리덤’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2020년 04월호



‘쓰레기 대란’이 폐지로 도돌이표가 되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폐지가 함께 분리배출되면서 폐지의 질은 떨어지는데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폐지 가격까지 곤두박질쳤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재활용되지 않는 종이류는 무엇일까. 우유팩이나 종이컵, 손으로 찢어지지 않는 코팅 종이, 유산지, 벽지, 생리대, 기저귀 등은 펄프류지만 재활용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품목이 생리대와 기저귀다. 기저귀는 개당 약 5원의 폐기물 부담금이 붙지만 생리대는 폐기물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저귀는 1년 이상 날마다 사용하지만 생리대는 한 달에 약 5일 정도 사용한다. 고로 나는 일회용 기저귀 사용자에게는 쉽게 재사용 기저귀를 들이밀지 못해도(나도 자신 없는데),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에게는 기꺼이 대안 생리대를 추천한다. 심지어 방문 판매원처럼 내 생리컵과 면 생리대를 꺼내놓고 체험 워크숍을 할 기세다.
대안 생리대에는 빨아 쓰는 면 생리대, 질 속에 삽입하는 깔때기처럼 생긴 생리컵, 팬티 안에 흡수패드가 들어 있는 생리팬티 등이 있다. 생리대가 닿는 피부는 민감하고 습도가 높아 짓무르거나 쓸리기 쉽지만 대안 생리대는 피부 트러블이 거의 없다.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 한여름 땀이 찰 때 대안 생리대를 써보면 아, 하고 느낌이 올 거다. 대안 생리대는 생리혈 냄새가 역하고 더럽다는 생각도 뒤집는다. 가끔 사용한 생리대를 어떻게 가방에 넣어 다니냐고 묻는데, 피 묻은 손수건을 버리지 않는 것과 같다. 역한 냄새는 일회용 생리대의 고흡수 물질과 피가 섞이면서 나는 거고 생리혈 자체는 그런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을 겪은 우리가 알다시피 대안 생리대는 화학물질이 든 일회용 생리대보다 건강하고, 나무를 베지 않고, 축축하고 부피가 큰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에 지구에도 좋다. 홈쇼핑 호스트에 빙의해서 더 자랑하고 싶지만 지면 사정으로 이만 줄입니다.
면 생리대나 생리팬티처럼 재사용 생리대가 암만 좋은들 귀찮게 어떻게 빨아 쓰냐고 하는데, 세탁기에 넣으면 된다. 나는 샤워하면서 생리대를 발로 밟아 핏물을 빼고 대충 비누칠을 한 채로 1~2일 방치했다가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기에 넣어 돌린다. 흰색 생리대는 삶지 않으면 얼룩이 좀 남는데 위생상 문제는 없지만 보기에 썩 좋지는 않아 어두운 색으로 바꿨다. 빨간색 면 생리대를 만들어 쓰거나 검정색 생리팬티를 구입했는데 대만족이다. 면 생리대 사용 20년 차, 생리대에 구멍이 날 지경으로 내가 다 써봐서 아는데 대충 빨아 오래 써도 아무 문제 없다.
생리혈이 질 밖으로 흐르는 느낌이 싫다면 삽입식 생리대를 권한다. 화장품 가게에서 파는 해면은 천연 스펀지라 넣고 빼기는 쉽지만, 쓰다 보면 찢어지기도 하고 다리를 꼬고 앉으면 피가 짜져서 곤란하다. 말랑말랑한 고무나 실리콘 재질의 생리컵은 깔때기 모양의 컵을 접어 질에 넣으면 컵 안으로 생리혈이 모인다. 6시간 후쯤 꺼내 생리혈은 버리고 생리컵은 물로 씻어 재사용한다. 케첩이 묻은 고무장갑을 물에 씻는 것만큼 간단하다. 삽입식 생리대에 대한 거부감을 털어내고 사용법을 따라 몸에 힘을 뺀 후 집어넣는다. 손가락 세 개 크기의 생리컵은 깃털처럼 가볍고 부피도 작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데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기 몸에 맞는 ‘골든 컵’을 찾는 과정도 필요하다. 인터넷에 다양한 생리컵 정보와 사용법이 잘 나와 있고 예전보다 저렴하며 쉽게 국산 제품을 구할 수 있다. 한번 구입한 후에는 생리대를 살 필요도 없다. 진정한 ‘프리덤’이다.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더 기발하고 더 안전하고 더 친환경적인 월경용품이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대안 생리대를 만들고 알린 멋진 여성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우리 몸과 지구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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